학교 옆에 호텔, 지으면 “앙대여~?”
학교 옆에 호텔, 지으면 “앙대여~?”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4.04.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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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들리는 ‘학교주변 호텔건립’. 4월초 시민단체가 연대해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앞서 정부가 이를 허용하는 규제개선안을 경제장관회의에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과 정부에 대한 의혹들은 여기서 거론치 않겠다만, 미대사관 숙소부지가 어디인가. 인사동 북측에서 삼청동과 북촌 방면으로 길을 건너 경복궁과 광화문 방향까지 거대한 블록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높다란 돌담과 철통같은 철문의 길, 그 담장 너머의 땅이다. 대부분 한번은 지나가 보았을 것이다.
현재 경복궁-광화문-세종로(육조거리)를 축으로 4대문 안 5대 궁궐과 종묘 사직을 T자형으로 보존해 온 국가상징거리의 위상은 트윈타워로 인해 before/after로 변신, 경관이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했고, 북촌과 서촌 등 인근 역사지역의 위계(hierarchy)를 위협하는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수년전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몇 년에 걸쳐 신청사 고도제한으로 씨름을 할 때만 해도 인정되던 역사지구의 존재감은 현재 사라지고 지자체 따로, 정부 따로, 기타 등등 따로 국밥이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에 집중하는데 청와대는 관광진흥법의 손을 드는 식.
개발 차익을 생각하면 종로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을 그냥 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러나 10~20층이 넘는 덩치 큰 초현대판 유리빌딩 스위트룸에서 경복궁을 정원처럼 내려다보며 와인을 마시는 외국인들을 상상해보자. 이 호텔이 허가될 경우 경복궁은 더욱 찌그러지고, 국가상징거리의 격은 한 방에 무너지며 북촌은 물론 인사동과 삼청동의 지역성은 빛을 잃을 것이다.
파리는 역사와 전통, 건축과 도시문화가 고스란히 국가의 자존감이자 부가가치가 된 세계적인 도시로 이를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신도시와 원도시를 구분해 개발했다.
그 결과 라데팡스(신개선문)와 같은 새로운 명물이 태어날 수 있었다. 원도심에서는 못질 하나에도 엄격하지만 신도시에서는 자본에 충실한 개발을 최대한 허한 것이다.
부연이 거추장스럽다면 프랑스의 파리를 연상하면 된다. 열혈을 기울여 더 높게 더 비싸게 지을 데가 있고 아닌 데가 있다. 이미 2010년에 대법원까지 가서 3심 패소까지 한 사안을 가지고 자꾸 들먹이면 분별이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인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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