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 입찰제도…‘어디로 가나’
<낙지골에서> 입찰제도…‘어디로 가나’
  • 홍제진 차장
  • 승인 2003.05.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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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진(취재부 차장)


서로 의견이 다르고 일에 간섭하는 사람이 많으면 일이 잘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흔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표현을 쓴다.
지금 국내 건설관련 입찰제도가 바로 그러한 듯 하다.
최근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도대체 지금 정부가 추진중인 최저가 낙찰제와 턴키제도 개선안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냐'는 볼멘소리가 많다.
수주산업이라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입찰제도는 건설업계의 가장 민감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찰제도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곧 건설업계의 영업활동에 제동을 걸게되는 것을 뜻한다.
최저가 낙찰제의 경우 재경부는 이미 올 하반기 저가심의제를 본격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재경부의 의지는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가로막혀 지금 어디서 어떻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조차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턴키제도 개선방안도 이미 지난해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한 6월 마련을 앞두고 아직까지 대통령 업무보고 조차 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턴키제도는 당초 부방위가 발표한 별도의 심의기구 설치가 건교부와 조달청 등 해당 부처의 반대로 인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과연 개선된 턴키제도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조차도 불투명하다.
뿐만 아니다. 턴키제도에 있어서도 시민단체들이 국민의 혈세를 퍼주기 위한 제도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어 제도개선보다 제도의 지속성 여부가 더 관심사로 떠오르는 등 정부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진퇴양난 그 자체이다.
이렇게 최근 건설업계의 최대 현안인 최저가 낙찰제도와 턴키제도 개선이 정부측의 개선안 마련에서부터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개선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요구가 거세자 정부가 개선안 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건설업계가 과연 누구를 믿고 기업활동을 해야 할 지도 의문"이라며 정부의 우유부단한 정책결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즉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이곳 저곳에서 너나 할 것없이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또 그중 영향력 있는 집단의 눈치를 보며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은 이미 보편타당한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마련된 정책이 산업발전과는 별개로 단순히 소수집단에 있어 일종의 성과로 평가된다면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최저가 낙찰제와 턴키제도 개선안이 바로 이러한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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