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에 대비한 건설분야의 과제
통일시대에 대비한 건설분야의 과제
  • 이상준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4.01.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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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통일을 촉발시킨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올해로 25년이 된다. 독일의 통일은 베를린장벽으로 상징되는 구체제의 붕괴와 통일수도 베를린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통일국가의 건설을 가져왔다.
이러한 통일국가의 건설에는 큰 비용이 소요됐다. 통일 후 약 2천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통일비용으로 투입됐다.
이 비용에는 실업수당, 연금 등 사회복지비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인프라 개발을 포함한 산업투자지원 및 경제개발비용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통일비용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통일은 구 동서독 주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구 동독 주민들에게는 더 넓어지고 쾌적한 주거환경과 여행의 자유가 부여됐고, 구 서독 주민들에게는 통일국가를 이룩한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져다주었다. 통일독일은 중부유럽의 새로운 강자가 됐다.
통일독일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미래의 남북통일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 수준보다도 못한 북한의 인프라 수준을 생각하면,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남북한에게 체제경쟁은 이미 지나간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과 외국기업들이 북한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한반도 공동시장(common market)’이 통일 한반도의 미래 모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반도 공동시장’의 형성은 건설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먼저 북한내 건설수요의 증가를 들 수 있다. 국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철도, 도로, 경제특구를 포함한 산업단지 등 북한개발관련 핵심 인프라 건설에 12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신규주택건설 및 관광시설 건설까지 포함하게 되면 통일 후 엄청난 건설수요가 예상된다. 이른바 ‘북한판 뉴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러한 건설수요는 어떠한 방식과 속도의 사유화와 민영화가 진행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 기회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극동러시아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건설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시장화된 북한지역과 연계된 중국, 극동러시아 접경지역의 개발에도 탄력이 붙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력을 활용한 주변국의 건설시장 진출도 예상된다.
반면에 건설분야에서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여러 요인들도 동시에 존재한다. 통일 후 폭증하게 될 건설투자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독일의 경우와 같이 건설분야에서의 ‘중복투자’와 ‘과잉투자’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 이후 구동독에서는 구서독으로의 인구이동과 출산 감소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주택건설과 기존 주택정비를 위해 많은 재정이 투입됐다.
이에 따른 유휴주택(空家)의 증가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됐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구 동독에서 약 13만호의 공가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철거됐다.
재정지원을 통해 통일 초기에 정비한 주택을 다시 철거한 사례가 ‘중복투자’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 나타나지 않았던 대규모 인구이동의 가능성도 우리에게는 큰 변수이다.
북한 인력의 대규모 남하는 건설시장 측면에서도 남북한 양 지역 모두에게 악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비한 적극적인 정책수단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막대한 규모의 건설투자에 소요될 재원의 마련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통일 이전부터 진행돼온 동서독간의 교통부문 협력이 통일 이후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서독은 통일 이전부터 교통인프라 분야에서 꾸준히 교류협력을 지속해왔으며, 이것은 그들이 ‘미처 의도하지 않았던’ 통일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왔다. 남북교류과정 속에서 우리도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을 대비하는 것 외에도 우리는 준비할 것이 많다. 먼저 통일시대 북한 개발의 로드맵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북한 건설의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은 정부와 민간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통일시대 ‘북한판 뉴딜’을 대비한 전략과 재원마련대책이 현 시점에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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