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국 주거복지정책 80년의 전환과 도전①
[특별기고] 미국 주거복지정책 80년의 전환과 도전①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11.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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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바우처, 공급 확대에서 수요 지원으로”

<LH 한미 공동 국제세미나> 미국 주거복지정책 80년의 전환과 도전(1)

 “주택바우처, 공급 확대에서 수요 지원으로”


▲ LH I 진미윤 수석연구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주거복지’라는 화두 속에 많은 관심과 정책 프로그램이 새롭게 다져지고 펼쳐진 한 해였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하 LHI)은 11월 19일 미국 연구단체인 ‘우드로 윌슨 센터’(Woodrow Wilson Center, 이하 윌슨센터)와 ‘지속가능한 주거복지 실현 방안’이라는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LHI와 윌슨센터는 지난 5월부터 ‘한미 저소득층 주택정책 비교 연구’라는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세미나는 그 일환으로서 윌슨센터 뿐 아니라 미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내년도 주택바우처 시행을 앞두고 주택바우처의 대표국가인 미국의 경험 사례가 현장감 있게 소개된 이번 토론회에서 LHI 진미윤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주거 문제와 향후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과제’를 발제했다.
이와 함께 주택도시개발부(HUD) 차관보인 산드라 헨리케즈가 ‘미국 공공지원 주택의 반성과 교훈’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HUD 선임 정책관인 베시 콩과 템플 대학교 로잔 교수가 각각 ‘어포더블 하우징 공급을 위한 정책 전환’과 ‘미국 주택바우처 전달체계’를 발제해 미국의 주거복지 경험과 정책적 교훈이 현장감 있게 다뤄졌다.
본지는 공공임대주택과 주택바우처가 양대 기둥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주거복지 정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전망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주거복지 모델은 무엇인지를 2회에 걸쳐 살펴보도록 한다.

▲ <표1>미국 저소득 임차가구 지원 프로그램 현황

 

<경제공황부터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1930년대 이후 연방정부 주도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 실패
1970년대부터 ‘주택바우처’ 등 수요자보조 정책으로 전면 전환
민간 주도 임대주택 건설 ‘세액 공제 프로그램(LIHTC)’ 대성공


■연방 주도 공공임대주택 공급 실패 (1930~60년대)
미국은 1930년대 주택법(1934년)에 근거해 연방주택청(FHA) 설립, 와그너ㆍ스티걸 발의 주택법(1937년)에 근거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시작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슬럼 개선, 건설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기 진작 등 당시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야심차게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펼친 트루먼 대통령은 1949년 81만호의 공급 계획을 추진했는데, 이는 당시 미국 주택재고의 10%에 이르는 물량이었다.
이러한 대규모 물량 정책의 모멘텀(momentum)이 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신규 주택의 건설 필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1951년까지 실제 건설된 공공임대주택 호수는 8만4천600호에 불과했으며, 이후 81만호 건설에 소요된 기간은 20년도 훨씬 넘게 걸렸다.
미국 사회에서 공공임대주택이 크게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저소득층만을 위한 주택’이라는 인식과 그 당시에는 상당히 낯선 고층 건물의 군대 막사와 같은 외관이 주는 부조화 때문이다. 건축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복도식 구조에다 각종 어메니티(amenity)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로 지어진 것도 공공임대주택을 회피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실패는 미주리 州 세인트루이스(Saint Louis)에 있는 ‘프루이트-아이고’(Pruitt-Igoes, 1954~1955년 건설) 단지의 건물 해체 폭파(1972년)라는 대사건으로 가시화됐다.
이를 계기로 1973년 닉슨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의 모라토리움(moratorium)을 선언했으며, 공공임대주택을 포기하는 대신 주택바우처와 같은 수요자 보조 정책으로의 전면 정책 전환의 배경이 됐다.
프루이트 아이고는 세계적으로도 도시미관 악화, 과밀, 시설 유지관리의 어려움, 범죄 문제로 인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림1>

▲ <그림1> 프루이트-아이고 공공임대주택 단지 폭파 현장(1972).


■주택 바우처로 정책 전면 전환- 민간 임대주택 활용과 시장 참여 모델 (1970년대 이후)
주택바우처의 정책 목표는 저소득 임차가구가 민간 임대시장에서 적절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주택을 부담가능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 전제는 저소득 임차가구들이 민간 임대시장에서 스스로 거주하는 주택을 직접 ‘선택’(choice)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주택바우처의 정식 명칭은 ‘Housing Choice Voucher Program'(HCVP)이다.
현재와 같은 명칭은 1998년에도 붙여진 것으로 ▷1965년 기존주택 매입임대(Leased Housing Program) ▷1970년 주택수당(Housing Allowance) 시범사업 ▷1974년 주택증서(Housing Certificate Program) ▷1984년 임대 바우처(Rental Voucher Program)라는 일련의 제도 변천 과정을 거쳐 ▷1998년 주택증서와 임대바우처가 통합해 주택바우처라는 정식 제도로 출범하게 됐다.
저소득 임차가구는 월임대료가 소득의 30%(대도시 40%)를 초과하는 금액과 정부가 정한 임대료 지불기준 금액간의 차액을 주택바우처로 지급받게 된다.
2013년 현재 220만 가구가 이러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정부는 연간 $18 billion을 지원하고 있다. 주택바우처 행정 운영은 연방정부 및 주정부 소속의 미전역 2천280개의 공공주택청이 전담하고 있다.
미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는 ‘저소득임차가구에 대한 주택바우처’ 이외에도 중저소득층의 생애최초 주택구입 지원을 위해 ‘내집 마련 주택바우처(Housing Choice Voucher Homeownership)’를 지원하고 있으며(2010~2012년간 2만965가구 지원), 민간임대주택 집주인에게 바우처를 지원해 이들이 저소득 가구(주로 고령자, 장애인, 노숙자 대상)에게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Project-Based Voucher Program’(PBV)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PBV는 빈곤 분산,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 지원 연계(비영리 민간과 공공주택청이 담당), 그리고 정부와 공공주택청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표1>

■저소득층용 임대주택 세액공제 정책의 성공- 세제 감면을 통한 민간 주도 임대주택 건설 (1986년 이후)
1980년대에 미국은 주택시장을 장려하고 활성화시키는 정책 기조 하에 ‘민간 주도적 임대주택 건설’을 시작했다.
1986년 조세개혁법에 근거해 저소득층용 임대주택 세액 공제 프로그램인 LIHTC (Low-Income Housing Tax Credit)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민간부문이 부담 가능한 임대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었으며, 연방정부는 연간 $ 6 billion을 지원하는 반면, 1986년 이후 LIHTC에 투자된 민간 재원은 $100 billion에 달한 성과를 이루었다.
민간 건설회사가 LIHTC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15년간의 의무임대기간을 준수하고 일정 부분 저소득층이 입주해야 10년간 법인세의 일부를 공제(연간 4% 옵션과 9% 옵션 방식) 받을 수 있다.
LIHTC 단지의 입주자격은 지역중위소득의 140%까지이나, 저소득층 입주를 위해 지역중위소득의 50% 이하 계층의 최소 20% 입주 혹은 지역중위소득의 60% 이하 계층이 최소 40% 입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LIHTC는 시행 25년 만에 지난 반세기 동안 추진했던 공공임대주택 재고 118만호를 훨씬 능가하는 170만호의 재고 확보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에는 신규 임대주택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성공 프로그램이 됐다.
또한 사업 참여가 민간건설업체 뿐 아니라 비영리 민간기업, 공공주택청, 지역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 그리고 세액 공제권을 중개하는 신디케이터(syndicator) 등 다자간 참여 형태로 구성돼 지역 투자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한편, LIHTC 단지로 개발된 단지의 극빈층 입주 비율은 31.3%라는 한계를 안고 있으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민간 투자 위축으로 LIHTC 시장 환경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과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인가에 대한 재론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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