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중심의 SOC 투자평가 방안
‘가치’ 중심의 SOC 투자평가 방안
  • 김호정 공학박사
  • 승인 2013.11.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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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원동력은 지속적인 SOC투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도로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고속화시대의 문을 열었고, 지속적인 확장 및 시설개량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철도는 1980년대 후반 도시철도 건설로 현대화했고,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 이후 새로운 철도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국가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건설 초기단계에서부터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그러한 시설들이 건설 후 운영 중인 현재의 시점에서는 그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부는 재정운영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타당성조사’ 등의 제도를 활용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경제적 타당성’이란 특정 사업(정책)의 시행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의 관점에서 화폐가치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투입비용 대비 편익의 비율이 1.0 이상인 사업을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편익항목으로 통행시간절감, 운행비용절감, 환경비용절감, 교통사고비용절감 등 ‘화폐가치화’가 가능한 항목에 국한해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평가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며 국민의 요구 수준이 변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고, 소득수준 향상과 주5일제 도입 이후 주말 및 휴가철 통행이 집중되는 등 여가통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한 통행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민의 요구수준이 변화하고 경제적으로는 성숙기에 다다른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SOC시설의 ‘가치’를 재평가해 투자정책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경제사회발전을 지원하는 SOC시설로서의 가치가 아닌 국민이 SOC시설을 영위함에 따른 편리성, 만족도 등의 가치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영국 혁신전문 씽크탱크 기관인 NESTA의 이사장 제프 멀건(Geoff Mulgan)은 “‘가치’란 공급과 수요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는 것으로 객관적인 사실은 아니지만 사람들 혹은 조직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정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가 객관적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사회구성원들 각자의 윤리, 도덕, 우선적 가치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느끼는 가치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하고 할 것이다.
국가의 SOC시설 공급은 지역의 특산물을 구매해 내 집에서 그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명절 고향방문과 가족의 여행을 즐겁게 해주는 등 친목도모에 기여하는 바가 크며, 사계절 여행지 접근성을 제고하고 지역 축제현장을 찾는 즐거움을 전달한다.
이러한 시설공급은 사회적 약자에게 공평한 접근성을 제공해 기본 이동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적 양극화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본격적인 고령화시대 진입에 따라 정부는 재정운용 측면에서 SOC투자를 줄이고 복지, 국방 등의 예산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SOC부문은 멀지않은 시기에 재정절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과거 개발위주의 SOC투자에서 유지·관리 중심의 SOC투자정책으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경제적 타당성은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사업의 추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도로사업의 경우 대규모 신설사업이나 확장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함에는 변함이 없지만 별도의 노선변경 없이 단순한 시설개량을 요하는 유지보수 사업이나 국가가 관리하는 도로사업의 최소한의 도로시설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구간의 사업, 재해 예방과 복구를 위한 사업에 있어서는 경제적 타당성 중심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제외하고 추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1970년대부터 경제·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돼온 SOC시설이 이제는 모든 가치를 초월하는 사회통합적 가치로서 재평가되고, SOC투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효율성뿐만 아니라 효과성까지도 반영한 투자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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