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사옥을 ‘건축박물관’으로, 보전기금 조성하자
공간사옥을 ‘건축박물관’으로, 보전기금 조성하자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08.09 19: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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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추석 전이면 기업회생절차 중인 공간그룹(공간종합건축사무소)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극단적 결론은 아닐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

지난 8월 6일 공간은 회생계획수정안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고, 파산2부는 법상요건을 검토 중에 있다. 이후 채권단 집회 기일이 지정되고, 담보채권자 3/4, 무담보채권자 2/3가 동의하면 공간은 부채 부담을 줄이며 회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맨파워를 제외하면 특별한 자산이랄 것이 없는 설계사무소로서는 이례적으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무려 8개월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친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독보적인 공간의 가치에 힘입어 가능하면 살리려는 자타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라서, 기자가 알고 싶은 것은 공간건축의 회생계획안이 아니라 '공간사옥'의 향방이다.

지난 3월 CNB미디어에서 공간의 정신이었던 공간지(월간 SPACE)를 인수했다. 이것이 건축계에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알고 있다. 아직 공간사 편집부는 안국동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조차 ‘공간학생공모전’까지만 일지도 모른다.

한편, 지난 5월 초 ‘공간사옥’이 공공의 품에 안길 것이라는 소식에 건축계는 반색했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무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원으로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가 나서 100억원 조금 못 미치는 선에서 적립금을 활용해 인수할 뻔 했으나 서울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던 것.

(감히) 아무 보고도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 등으로 보이콧 됐고,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김정재 의원(새누리당)은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6월 17일 서울문화재단 조례 개정안을 발의, 7월 12일 의결, 지난 8월 1일 공포됐다.

그 내용인즉, 앞으로 서울문화재단은 50억원 이상 기본재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때 반드시 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비상용 적립금을 마구 헐어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데, 꼭 집어 서울문화재단에 족쇄를 채운 것은 ‘공간사옥’ 매입 건으로 눈 밖에 난 때문인 듯. 이에 서울문화재단은 공간사옥에 대해 관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정대로 공간그룹 회생계획안이 추석 전에 인가 되면, 공간의 얼마 안되는 자산인 '공간사옥' 역시 연내에 매각될 전망이다.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의 운명이 100일 후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현재 공간그룹과 사옥 매입 의사를 조율하고 있는 개인 및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민간이 인수하면 김수근 선생의 혼으로 읽히는 공간의 실체 ‘공간사옥’이 보전될 수 있을지 그야말로 미지수이고, 건축계가 우려하는 것이 이것이다.

그런데 왜 우려만 하는가. 건축계가 고사 직전이라 공간사옥을 매입할 자금력이 없다?
소수의 건축인이나 문화인 아니면 공간사옥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른다. 신문광고, 캠페인(크라우드펀딩), 유튜브 홍보 등 대중에게 알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할 리 없다.

문화유산신탁처럼 ‘공간사옥 보전기금’을 만들자, 그리고 공간사옥을 ‘건축박물관’으로 만들자.

세종시에 도시건축박물관 건립계획이 있다. 당초 건축박물관이었으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때부터 상존해온 계획이지만, 이제는 ‘신도시 박물관’일지 ‘아파트 박물관’일지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우려가 팽배해져 간다. 그 예산은 누굴 위해 쓰일 것인가, 정부를 설득하자.

건축계가 합심해서 공간사옥을 공동의 자산으로 삼아, 공간의 구사옥은 건축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신사옥은 건축5단체 중 사옥이 없는 단체들을 입주시킨 연합 사무실로 사용한다면 어떠할까.

게다가 공간사옥은 내부 구조가 종횡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층별로도 칸막이로도 명료하게 구분돼 있지 않아 임대하기 용이한 구조가 아니라서, 한 개 기관이 전용하거나 유관기관이 연합해 단일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궁극에는 사용과 유지 측면에서라도 변형이 불가피할 것이다.

등등의 이유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원로건축인들의 장 건축가협회, 새로운 건축의 정신 새건협, 도코모모코리아 등 그 외 건축 단체들에게 묻는다. 한국 건축계의 유기적인 건축 연합체이자 구심점으로서 안국동에서 공간사옥을 지키기 위해 조금만 생각의 발전기를 돌리면 어떻겠느냐고.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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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2013-08-09 19:41:02
고 김수근 선생은 과거 친정부주의자, 친일 논란부터, 남영동 대공분실 설계 논란까지, 건축적 수준을 떠나서 그 행보들이 사회적 재평가를 요구받기도 하는데, 그 정권의 후예들인 새누리당이 김수근 선생의 공로를 전혀 봐주지 않는군요. 인생 참, 공수레공수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