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임유경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특별기고> 임유경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06.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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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 및 과제

 “층간소음, 공동주택 ‘관리’ 차원서 통합적인 접근 필요”

 
공동주택 생활이 보편화되면서부터 층간소음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 최근에는 층간소음 문제가 강력 범죄로 이어지면서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10년 대구와 남양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2013년 설 연휴와 지난 5월 다시 발생한 살인 및 방화사건 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건 이후 국토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책적 관심은 주택 건설시 구조기준과 소음성능 강화 등 신규 공동주택에 대한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공동주택을 ‘주민들이 이웃과 더불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부족했다.

■층간소음, ‘공동주택 생활환경의 질’에 관한 총체적 문제
층간소음 문제는 공동주택의 인접한 상하층 관계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 생활환경의 질에 대한 총체적 문제’의 일부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공동주택 거주비율은 71.1%로 일본(40%), 영국(18%), 미국(3.9%)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발레리 줄레조(2007)와 전상인(2009), 천현숙(2002) 등 국내외 사회학자들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공동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의 배경에는 공동주택을 중산층에의 입성과 자산증식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건설 기업의 수익 창출 노력 등 다양한 주체들의 역학 관계가 내재돼 있다.
이런 이유로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됐음에도 주민들은 재산가치 하락을 우려해 생활공간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공동생활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아파트를 환금성 높은 ‘상품’이 아니라 ‘삶의 장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삶의 질’에 대한 문제와 갈등이 사회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본고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이웃 간 갈등 사례인 층간소음 문제를 중심으로 관련 제도 현황과 문제점을 고찰하고, ‘공동주택은 이웃과 더불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기본방향과 향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층간소음 관련 현행 제도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된 분야별 제도 현황과 변화 움직임은 아래와 같다.
◇신규 공동주택을 위한 기준설정 및 강화=층간소음 문제가 대두되면서 2005년 6월 개정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아파트 바닥구조 및 차음성능에 대한 기준이 도입됐다.
이 기준에서는 슬래브 두께(210mm)와 바닥충격음 기준(경량충격음 58dB이하, 중량충격음 50dB이하)을 선택적으로 만족시키도록 규정했으나, 2013년 5월 층간소음 문제 개선을 위해 두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으로 개정됐다.
◇기존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 관리=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하고자 「주택법」에서는 공동주택의 관리규약 내에 층간소음 관련 사항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규약은 공동주택의 입주자 및 사용자를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수립되며 준칙 결정 권한은 시ㆍ도지사에게 있다. 문제는 분쟁 조정의 근거가 되는 생활소음 기준이 부재하다는 것인데, 올해 초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두 부처가 공동으로 ‘주거생활 소음기준’ 수립 계획을 발표했다.
◇층간소음 관련 분쟁 조정=「주택법」제46조의2(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및 「주택법시행령」제62조의2(위원장의 직무 등)에서는 공동주택 입주자와 사업주체 간의 분쟁 외에도 ‘위원장이 회의에 부치는 사항’을 위원회의 사무로 규정함으로써 위원장의 재량에 따라 층간소음 문제를 공동주택관리 분쟁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환경분쟁조정법」에 의거해 설립된 환경분쟁위원회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발생시 전문가 현장조사와 당사자 심문 등을 토대로 중재안을 작성하는데, 결정이 당사자에게 송달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중재 내용은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법적 해결을 위한 법률적 근거=이웃 간의 분쟁 조정이 어려울 경우 법적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는데, 「경범죄처벌법」에서는 ‘인근소란등’의 행위를 경범죄로 분류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에서는 고의ㆍ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한 ‘지원센터’ 설립=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분쟁 조정 기구가 설립돼 있고 「경범죄처벌법」이나 「민법」 등에 처벌과 손해배상 근거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당사자들끼리 갈등이나 분쟁이 일어나면 정부 측에서는 화해 권고 수준에 그치는 한계가 지적됐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당사자 간의 이해와 분쟁 해결을 유도하고자 2012년 3월 한국환경공단 산하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설치해 전화상담과 현장방문을 통해 수도권 지역의 층간소음 민원에 대처하고 있다.

■기존 정책ㆍ제도의 한계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기존의 시도들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문제점=신규 공동주택 중심으로 규제 개선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2005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개정을 통해 표준바닥구조와 바닥충격음 기준이 도입됐고 최근 규정이 더욱 강화됐다. 그러나 층간소음의 실질적인 저감 효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 이미 국민의 7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현실을 고려할 때, 신규 주택에 대한 규제강화보다는 기존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두 번째 문제점=법제도에서 적용하고 있는 소음기준과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인식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적용하고 있는 소음기준인 ‘낮 55dB, 밤 45dB’는 주민들이 가장 높은 비율로 불만을 제기하는 ‘어린이들이 뛰는 소리나 발걸음 소리’등을 판단하기에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돼 있으며, 소음의 지속시간이나 반복정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부족한 실정이다. - 최근(2013.6.13) 환경부는 ‘낮 40dB 밤 35dB’으로 피해 기준을 강화하고 측정평가방법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세번째 문제점=마지막으로 기존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관련 기준, 운영 원칙 등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현재 층간소음 유발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생활소음 관련 기준이 부재해 분쟁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
또한 ‘공동주택 관리규약’이나 운영지침 등을 수립해 층간소음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려는 지자체 및 공동주택 주민들의 노력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규약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며,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공공부문에서의 지원이나 벌칙 규정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자발적 노력
한편, 층간소음 문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주민, 업계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대책을 강구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기술개발 노력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해결=▷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층간소음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층간소음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안내 방송을 하는 등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층간소음 민원을 십 분의 일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시 해운대구의 A단지에서는 2012년 11월에 자체 운영규칙을 마련해 층간소음 문제 예방활동을 벌이고 중재역할을 하기 위한 운영위원회도 발족했는데, 주거문화개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의 생활패턴과 가족구성원, 나이, 소음피해 시간대, 주 소음원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운영규칙에 반영했다.
▷대구 수성구 B맨션에서는 2012년 주민 스스로 ‘층간소음 방지 규정’을 제정해 시행했는데 규정에는 층간소음 자제 대상 및 시간, 소음발생 방지를 위한 생활수칙 등이 포함돼 있으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발생시 ‘소음유발 세대 시정 요청→시정요청에 따라 관리 주체가 조치→입주자대표회장 명의 개선권고→대구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소음측정 및 조정신청’의 절차를 마련해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기술 개발=층간소음 관련 민원 중 아이들이 뛰는 소리나 발걸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70.4%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벽식 구조’라는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기술적 노력은 ‘바닥충격음 저감 방안’을 강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고탄성 구조’를 적용해 일반 콘크리트 구조에서 나는 소음을 30% 이상 감소시키는 등 ‘차음 성능이 강화된 기능성 바닥재’를 개발하거나 어린이방처럼 소음이 많이 발생되는 한정된 공간에 사용할 수 있는 ‘층간소음 완화용 매트’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벽식 구조에 비해 진동 감쇄능력이 뛰어난 ‘기둥식 구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 및 과제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단순한 규제 강화나 기준 설정보다는 공동주택을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장소로 인식하고 생활환경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표 참조>

▲ <표>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정책방향 및 과제


앞으로의 정책은 기존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면밀한 현황 진단 및 정보 공개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기존 공동주택 생활환경의 물리적 개선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 및 홍보가 뒷받침되며, 주민인식 제고 및 공동주택 생활문화 정착을 유도하는 한편, 분쟁 조정을 위한 체제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기존 공동주택 유형별 층간소음성능 정보 공개, 체감형 소음기준 적용, 공동주택과 주민 차원의 자율적 문제해결 유도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유형, 기존ㆍ신규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 문제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련 부서별 업무체계를 확립하고 필요시 범부처간 조정 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관리규약 및 주민생활약속 지침, 분쟁 조정을 위한 소음기준 및 지원센터 운영 등의 내용을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보완재나 소음 차단재 등 관련 기술 개발과 홍보를 위한 직접적인 예산 지원 외에도 리모델링 과정에서 층간소음 성능을 향상시킬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해외사례>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통합적 접근

“프랑스 범부처 위원회 ‘CNB’와 소음정보센터 ‘CIDB’”

프랑스에서는 층간소음 및 생활환경에서의 음환경 개선을 위해, 범부처 국가기구를 두고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관련 기술을 개발해 홍보하고, ‘좋은이웃헌장’ 등과 같은 인식개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소음문제 해결 및 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ㆍ제도 자문 기구인 범부처 위원회(CNB : Conseil National du Bruit, 환경부, 녹색부, 지속가능개발부, 주택교통부와 연계) 및 소음정보센터(CIDB : Centre d’Information et de documentation sur le Bruit)를 중심으로 소음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는 지자체에 소음문제 전담 창구 마련,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기술개발 및 홍보, 법제도 정비, 주민의식 개선, 예산 지원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소음 문제 개선에 힘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음정보센터(CIDB)에서는 기존 공동주택의 소음 문제 개선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황을 진단하고, 주민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좋은 이웃 헌장’을 공표하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음원별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적 보완 방법을 소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음 문제는 음향 기술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며, 건축가, 산업체, 도시개발자, 교통전문가 등 도시의 여러 주체들이 모두 문제 해결에 있어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소음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포괄적인 문제이므로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 대한 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비두(Dominique Bidou) 소음정보센터장의 연설은 프랑스의 층간소음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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