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석유비축기지 활용방안 토론회
마포 석유비축기지 활용방안 토론회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06.1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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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석유저장탱크를 미래 시민사회의 새로운 장소로”

 

서울 한복판에 석유탱크가? 그것도 빈 땅이라곤 눈 씻고도 찾기 힘든 대도시에? 쉽게 믿기 어렵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실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석유 저장탱크 5개가 있다. 1976년 ‘난지도 쓰레기산’에 땅을 파고 매설된 이 시설은 2000년 월드컵 경기장 건립을 위해 폐쇄됐다.
세계적인 도시의 땅 속에 반 쯤 묻힌 석유탱크, 웬만한 제품 생산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의 시대에 이렇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이템도 드물 듯. 이에  서울시는 시민과 전문가 및 학생을 대상으로 ‘(옛)마포 석유비축기지의 새로운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 중이다.
 

마포 석유비축기지 활용방안 토론회
“오래된 석유저장탱크를 미래 시민사회의 새로운 장소로”


지난 28일 서울시 공공개발센터(센터장 이성창)와 서울연구원(원장 이창현)은 신청사 시민청에서 “산업시대 유물 ‘마포 석유비축기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포럼을 개최했다.
첫번째 발표에서 김인희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전 가이드와 함께 마포 석유비축기지의 이력과 현황을 소개하고, 두 번째 발표에서 홍의택 가천대 교수는 산업유산이란 무엇이고, 활용방식은 무엇이 있는지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어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연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문위원, 류재현 상상공장 대표, 박인수 파크이즈 건축 대표, 유현준 홍익대 교수,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 정도균 GL어소시에이츠 디자인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 왼쪽부터 석유비축기지 저장탱크, 옹벽 사이에 설치된 사다리, 탱크 지지를 위한 내부 기둥, 부속설치물.

■마포 석유비축기지, 어떤 곳인가

석유비축기지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전국 곳곳에 석유를 저장해 두는 중요 시설이다. 마포 기지는 서울에서 유일한 비축기지로 1976년 매봉산 경사면(난지 쓰레기산)에 옹벽을 조성하고 탱크 5개를 매설한 후 한국석유개발공사에서 관리해 왔다.

저장탱크 지름은 15m~38m, 높이는 건물 5개 층(15m) 정도이며, 반쯤 땅에 묻혀 있다. 둘러싼 옹벽의 지름은 21~47m, 높이 1~7.5m이고, 탱크와 옹벽 사이는 약 3m이다.

탱크는 지상부로 최대 7.5m 노출돼 있고, 지붕에 연결된 다리를 통해 접근한다. 탱크와 옹벽 사이로 설치된 계단으로 하부로 이동하면 옹벽에 사다리가 설치돼 있다. 내부에는 탱크 지지를 위한 기둥이 설치돼 있으며, 석유 비축을 위한 송유관과 내부 맨홀, 천정 환기구 등이 있다.

한편, 이곳에 2002 월드컵 경기장을 건립하면서 불과 500m 거리 안에 있던 석유비축기지는 안전상의 이유로 이전이 결정됐고, 2000년 11월 용인으로 비축유 이송을 마무리 한 후 13년간 방치돼 왔다. 현재 기지의 주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저장탱크 외 주변지역(시청광장 2.5배)은 버스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난지도라 불렸던 쓰레기 매립장이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친환경공원이 되고 상암동 DMC 첨단도시로 조성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상암 한 가운데 아무도 모르게 숨어 있었던 곳이 바로 월드컵 경기장 옆 매봉산에 위치한 옛 석유비축기지다.

▲ 마포 석유비축기지 현황. 상암동 월드컴 경기장과 매봉산에 위치한 석유 저장탱크 5기.

■어떻게 다시 쓰면 좋을까

이번 아이디어 공모는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산 53-1 일대의 녹지 및 주차장 부지를 대상으로 하며, 하늘 공원의 북측, 월드컵 경기장의 서측에 위치한다. 면적은 전체 26만3천㎡(녹지 22만7천788㎡, 주차장 3만5천212㎡)이다.

한편, 마포 석유비축기지의 활용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변 맥락과 주제를 고려할 때 ‘환경’, ‘생태’, ‘재생’ 등이 테마로 적절하며, 석유탱크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탱크를 둘러싼 콘크리트 구조물의 활용과 주변부지 맥락을 고려할 것”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고 김인희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또한 “석유저장탱크의 보존 및 재생을 원칙으로 ‘유일하고 독특한 장소’로서 높은 가치를 고려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안하되, 주차장 부지가 핵심 주제인 석유탱크를 압도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할 것”, “석유탱크의 원형을 인식할 수 있도록 장소적 역사성과 환경적 지속성을 고려하고, 구조물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저소비 및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기존시설에서 발생하는 가용재료 및 폐자재 등을 적극 재활용할 것”을 전체적인 방향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서울 한 가운데 10여년간 숨어 있던 산업시대의 유물

난지도에서 월드컵경기장, 친환경공원으로…그 다음은?

 

■국내외 산업유산 활용사례

산업유산이란 단순한 고철덩어리나 비어있는 공장, 창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유산에 대한 진정한 가치판단은 산업적으로는 비록 퇴락했으나 역사적으로 국가 또는 지역의 산업 발전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지는 산업지나 산업시설을 말한다.

특히 현대도시에서 폐 산업지나 폐 산업시설들은 선조들이 땀을 흘리며 일구었던 삶의 터전이자 근거였고 그곳에서 작동했던 산업시설은 오늘날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산업유산은 모두가 지나온 삶의 진정성이 강하게 스며있는 생활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낙후된 산업시설을 과거의 단순한 기억이나 퇴보하는 산업의 부산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 재생의 새로운 장치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홍의택 교수는 “산업유산이 가진 독특하고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산업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유럽에서 산업유산의 활용 운동도 가장 먼저 시작됐다.
세계 최대의 탄광을 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독일 에센의 졸페라인(Zollverein), 발전소를 개조해 까페를 만든 런던 와핑 프로젝트(Wapping Project), 비스킷 공장을 창고형 재래시장으로 개조한 뉴욕 첼시마켓(Chelsea Market), 쓰지 않는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재탄생 시킨 뉴욕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 등 규모와 방식도 다양하게 부활한 장소의 예는 상당히 많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도 산업유산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천 중구 아트플랫폼, 한강 선유도 공원 등 수준 높은 활용사례가 적지 않게 있다.

이렇듯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통해 시민에게 유익한 공간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도시를 대표할 랜드마크로서의 잠재력을 가진 옛 마포 석유비축기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김연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문위원은 ‘콘텐츠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용도 폐기된 시설을 활용해야 겠다는 필요성에 따라 광의적인 의미에서 문화적인 활용 사례가 많이 있다. 특히 전용시설이 아니라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등 용도가 융복합된 시설로서 현재의 이용과 미래의 이용이 만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원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활용적 보존이 중요하다. 보존이란 무조건 나사못 하나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중요성을 두고 보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 즉 과정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맥락과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연진 전문위원은 “독자적 용도와 공간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설이 문화적 생태계에 촉매 역할을 하는 현재의 경향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미래 활용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을 팁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 활용방안 공모

그동안 서울시는 이곳을 대표적인 명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꿈의 과학관’, ‘영상문화콤플렉스’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최적의 용도를 정하지 못해 고심하다가, 올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공공개발센터를 통해 마포 석유비축기지와 같은 대규모 시유지에 대한 부지 활용방안과 환경친화적 개발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 5월부터 시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옛)마포 석유비축기지의 새로운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다.

전문가 공모의 참가신청은 5월 27일부터 7월 5일까지, 작품 접수는 8월 23일 오후 5시까지 온라인으로 받으며, 8월 24일~30일까지 일주일간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결과 발표는 9월, 시상은 10월 예정이며, 심사위원 구성은 홈페이지에 추후 공개된다.

▲ 서울시는 “산업시대 유물 마포 석유비축기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포럼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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