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마피아 발본색원, 한수원 독점구도부터 깨뜨려야
원전마피아 발본색원, 한수원 독점구도부터 깨뜨려야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06.11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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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오가는 덕담이란 겨우 “올 여름은 더울 걸 각오하고 살아야겠습니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리에 얼룩진 원전은 가동을 못하는데 때 이른 고온 현상은 ‘하필이면 이럴 때’라며 원망스럽다.

그러나 정부가 ‘원전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검찰이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수사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니, 어쩌면 이렇게라도 불거진 게 다행이라고,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참을 ‘忍’을 새겨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건 국민의 마음가짐이고, 전력당국은 어째야 좋을까. 구호만 외치고 유야무야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닐까.

원전 부품 국산화 30년 역사와 함께 한다는 원전 비리의 역사. 서울대 하나로 수렴되는 학벌 피라미드, 깊고 좁고 오래된 모든 한국식 ‘緣’(혈연ㆍ지연ㆍ학연)의 결정판, 얽히고설킨 ‘넝쿨째 호박’ 같은 이 비리 사슬의 뿌리가 과연 어디일지 보고만 있어도 한심스럽다.

그러나 누적된 비리를 모두 색출해 응징한다 해도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 원자력 산업계의 병든 환부는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가이다.

한마디로 ‘투명성 확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지만, 투명해야 할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니 과연 무엇부터 해야 하나, 가히 ‘원전 비리 개선을 위한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수준이다. 이것이 원전 마피아 발본색원만큼이나 무겁고 중요해 보인다.

그래서 첫 단추를 무엇부터 끼워야할지 딱 한 가지만 제안한다. 원전 사업자가 하나라는 것,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독점 구도의 해체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고속성장기 한국사회에서는 전담기관 하나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효율적이었겠지만 현재 대부분의 병폐가 그 ‘고속성장’에서 기인했듯, 원전 산업에서도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원전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작은 실수나 결함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상시 안고 있는데다가 공학적으로 완벽하게 안전한 원전 설계란 없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극도로 회의적이면서도 대체 전력을 마련하지 못해 진퇴양난에 처한 지구에서는, 문을 닫아야 할 원전이 무리하게 가동 중에 있고, 원전 노후화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원전 대국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각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만은 여전히 ‘가라’로 원전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극악무도한 현실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견제세력 없는 하나뿐인 한수원에 있다. 질기게 뿌리내린 이 독점 구도를 단번에 깰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이 정부에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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