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발주제도의 과제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거는 기대
건축설계 발주제도의 과제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거는 기대
  • 염철호 공학박사
  • 승인 2013.05.08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축계의 숙원인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4월 30일 정기국회를 통과해 제정됐다.
건설공사의 하위용역으로서 건설기술관리법에서 다루어져 왔던 건축설계가 명실 공히 지식기반서비스산업으로서 법적근거를 가지게 됐으며, 건축설계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서는 건축서비스산업의 육성과 건축서비스사업의 품격제고를 위해 진흥기본계획 수립, 산업정보체계 구축, 건축진흥원의 설립ㆍ지정, 건축서비스사업에 대한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사전검토와 공공건축센터의 운영 등과 함께 특히 사업특성에 적합한 발주방식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간 발주제도와 관련해 수차례의 논의와 제도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발주제도는 여전히 건축설계산업의 육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건설기술관리법에서도 설계의 상징성ㆍ기념성ㆍ예술성 등 창의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설계공모가 가능하지만 건축설계자의 선정은 입찰을 원칙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조사한 최근 6년간 공공건축 설계용역 발주 현황에 따르면 수의계약을 제외할 경우 건수 기준으로 설계공모는 약 18%에 불과하다. 가격입찰방식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일부 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공공건축물의 설계자 선정이 대부분 가격입찰로 결정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격입찰 방식에서의 사업수행능력평가(PQ) 또한 건축설계용역과 토목용역을 동일한 평가기준으로 다루고 있으며, 실적과 기술자 보유 위주의 사업능력평가기준은 소규모나 신진업체의 시장진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최근 정부는 각 발주처 별로 세부평가기준을 마련해 발주처의 재량을 확대하고 평가의 공정성과 변별력을 확보하도록 관련기준을 개정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세부평가기준 예시나 각 발주사례를 살펴볼 때 새로이 마련되는 각 발주처의 세부평가기준이 건축설계의 특성을 반영하거나 소규모나 신진업체의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립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경우, 건축설계는 건설공사나 물품구매처럼 가격에 따라 품질이 결정되거나 예측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설계자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입찰을 지양하고 설계자의 창의성, 기술력, 경험 등을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설계자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관련 법령 등에서 천명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그간 건설기술을 규정하는 법령에서 건축설계 발주방식을 다루면서 가격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또한 대부분의 건축설계용역이 가격입찰로 발주되고 있었다는 점은, 왜 우리의 공공건축물이 품격이 낮고 이용하기 불편하며 나아가 건축설계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즈음에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건축설계 발주제도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틀이 마련될 전망이다.
우선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건축물의 설계는 원칙적으로 설계공모방식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적용대상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설계공모의 확대 적용과 함께 설계공모방식의 다양화 및 간소화 등이 법령제정을 계기로 새로이 마련되는 설계공모운영지침 등에 반영돼야 한다.
가격입찰방식이 적용되는 공공건축 설계에 대해서는 기존의 실적과 규모 위주 평가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건축설계의 특성을 반영하고 소규모 및 신진 업체의 진입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건축설계 또한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을 계기로 ‘국가 및 지방 계약법’ 개정을 통해 지식기반산업에 대한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을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유사 발주방식과의 차별성 확보 문제, 저가입찰을 유발하는 문제 등을 검토한 다음 건축설계에 적합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도입에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법 제정을 계기로 바람직한 건축설계발주의 방향과 실천방안이 공론화되고, 그간 발주방식의 문제로 제기됐던 내용들이 하위법령 제정 시 개선됨으로써 새로운 발주제도가 건축서비스산업의 육성과 나아가 우리 공공건축의 품격향상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