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비 산정에서 Man/Hour방식이란 무엇이며, 왜 도입해야 하는가
건축설계비 산정에서 Man/Hour방식이란 무엇이며, 왜 도입해야 하는가
  • 박인수 건축가
  • 승인 2013.04.08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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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다 지어지기 전까지 완벽히 소요금액을 파악하기 매우 힘들다. 건물이 준공되는 시점이 설계 완료 후 견적을 한 시점과 적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 과정 간에 각종 추가 요청사항 발생하거나,결정됐던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으며, 관련 규정 등도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부정확하지만, 예산의 규모를 사업기획 초기에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 ‘요율’이다. 이 요율에 의하면 초기 기획된 몇 가지의 사항만으로 대략의 예산을 통계적 근거에 의하여 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에 의해 건축설계비가 정해지는데, 그 기준은 총공사비, 건물의 종류, 필요한 도서의 량, 이렇게 세 가지만 알면 요율에 의해 구해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 설계비에 포함되는 업무를 정하고 이외 업무는 추가업무로 구성하여 추가로 설계비를 가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용되던 이 ‘요율’이 도마 위에 올라있다. 요율을 적용하는 구체적 방안이 미비하여 각종 연유로 요율을 임의로 편집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본지 555호 1ㆍ8면>
소위 공공 발주처들은 예산절감이라는 미명하에 각종 기준을 임의로 조정해 자체기준이란 잣대로 설계와 관련된 모든 부담을 설계사무소로 전가 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계약당사자인 설계분야와 이런 기준에 대해 한 번도 논의 없이 정해진 것이다. 그러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나, 공정하고 대등한 ‘갑’, ‘을’ 관계의 성립은 애당초 불가능한 구호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편, 이 문제는 그간 요율에 의해 설계를 진행하던 건축사사무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관련 문제의 근원을 살피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일하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사업적 측면의 결정이라고 판단되지만, 결과적으론 오늘날 관련업계의 경제문제를 스스로 초래한 면도 있다.
또한 건축사사무소들이 그간 인건비의 시수(時數)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설계변경이 이뤄지지도 않기 때문에, 인건비의 정산보다는 결정된 설계비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진행하는 것이 사업이익을 만드는 방법으로 생각했고, 설계의 본질적 목표인 건축물의 목적이나 품질에 대한 생각보다는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길들여져 왔다.
이런 결과로 건축은 그 본연의 의미를 잃고, 단순한 업무로 변경되고, 오늘날 모든 건축문제의 근본이 됐다고 생각한다.
‘Man/Hour 방식’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일 한만큼 비용을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업무가 중심이 된다는 뜻이고, 발주 전 업무에 대해 생각을 해야만, 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업무가 표준화돼야 한다. 국내 기준도 설계를 계획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으나, 이보다는 대관업무 기준인 심의/허가 이전과 이후로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설계 진행과정과 대관업무는 정합돼야 한다.
이렇게 설계기준과 실행기준이 다름으로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건축사사무소에 일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도 표준 인건비로 정해져야 한다. 건축사와 건축사보로 구성된 인력체계도 개선돼 건축사도 급을 나누어야 하고, 건축사보도 급이 나뉘어 최소 5~6등급의 인건비 체계를 갖아야 할 형편이다.
이런 기준들의 제정과 함께 건축사사무소의 운영비에 대한 연구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직ㆍ간접비 비율 등도 통계적으로 확보돼야 할 형편이다. 이를 통해 그간 설계가 ‘종이값’으로 치부됐던 것에서 진정한 ‘지식서비스산업’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설계비의 Man/Hour 방식 도입은 건축설계 뿐 아니라 관련된 분야의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이를 통해, 발주처는 설계 업무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 보다 정확한 기획과 목표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는 곧 결과물의 합리성과 합목적성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건축사사무소는 그간 일하고도 비용을 못 받아 전전긍긍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업무 진행과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비용개념이 생길 것이다.
나아가 5년제 건축학 전공 학생들이 건축설계를 통해 자신의 희망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게 될 것이다.
국민행복 시대에 사용자가 만족하는 건축은 그 기획과 설계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량공급시대에서 벗어나, 품질과 문화를 위주로 하는 건축문화와 정당한 대가와 공정한 계약이 배경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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