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노래로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
[문화기획] 노래로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02.0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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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노래로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 

▲ 2010년 현대힐스테이트에서 열린 제7회 정기연주회.

인간은 육성을 가지고 있다. 몸이라는 악기로 내는 소리, 노래는 진화된 말과 글 이전부터 존재하던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표현이었다. 인류는 처음 몸으로 노래를, 악기를 만들어 연주를 하며 오래 향유되길 바래왔다. 그것들이 축음기, 다시 테이프 또 CD에 담기고, 이제는 저장공간이 최소화된 음원으로. 그렇게 지금은 노래와 음악이란 아날로그 감성이 디지털 부호로 변환된 시대에 어느덧 살고 있다.
또 입시는 점점 우리들의 교육에서 시와 시조를 지워왔고, 노래방 문화의 출현은 언제 어디서든 외워서 부를 수 있었던 18번, ‘나만의 애창곡’을 앗아갔다. 이제는 무엇으로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지금 우린.
기쁜 순간 또는 슬픈 순간, 그 밖의 많은 순간에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가사를 몰라서 생각이 안나서 부르지 못한 경험, 아마도 한 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여년 전까지 통기타 하나, 하모니카 한 대, 아니면 손뼉만으로도 노래를 공유하던 우리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날로그로의 회귀가 열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복고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즈음에 가곡을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들려와 소개하고자 한다.  / 이오주은 기자 yoje@



오스트리아 비인 국립음악대학원에서 예술가곡을 전공한 
‘성악가 이용혜 교수’ 와 함께하는 가곡 교실

 
다름 아닌 성악가 이용혜 교수의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교실. 2003년 동아문화센터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예술가곡 매니아들의 성원 속에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가곡, 가요와 또 달라 언뜻 생소하다. 그러나 음악교실의 문을 여는 순간, 슈베르트의 ‘Die Forelle(숭어)’, ‘Piacer d`amor(사랑의기쁨)’, ‘O Sole Mio(오솔레미오)’ 등 모두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또 영화 <파리넬리>의 ‘Lascia chio Pianga(울게 하소서)’, 존 덴버의 ‘Perhaps Love’와 같이 대중적이지만 잘 부르기는 여간 쉽지 않았던 노래들, ‘애모’(정완영 작시, 황덕식 작곡) 등 한국의 주옥같은 가곡들이 아마추어 성악가들의 수준급 목소리를 통해 들린다.

현재 현대백화점(무역센터) 문화센터에 봄/가을학기로 개설되고 있는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교실은 매학기 약 20명 정도가 수강신청을 하는데, 매주 14~15명 이상 높은 출석률을 보이며 수업 열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 문화센터에서 강의하는 이용혜 교수.
이용혜 교수는 이들을 위해 이탈리아 깐소네, 독일 리트, 프랑스 샹송, 우리 가곡과 팝송에 이르기까지 한 학기에 약 6~7곡의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악보를 만들어, 발성부터 악보와 가사 읽기로 기본기를 다진 후 독창과 혼성합창의 수준에 이르도록 강의한다.

신입생(?)도 있지만 몇 년씩 수강하는 고정멤버가 주축을 이루어 동호회와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초창기 동아문화센터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배우고 있다는 김현지(65) 씨는 이 반의 반장이다. 몇 해전 아내의 즐거움이 과연 무엇인지 청강하러 왔던 남편 백남훈(65) 씨도 지금은 같은 수강생, 부부가 함께 가곡을 배우고 함께 부르는 모습이 이상적이다.

연령대는 41세부터 78세까지 폭이 넓으며 70대가 4~5명 이상이다. 고령화 시대가 실감나도록 노익장이라고 하기에는 마음도 육체도 젊고 의욕적으로 보인다.
여성의 비율이 약간 높지만 정년/은퇴 후를 즐기는 남성도 많아 3분의 1 이상이다. 특히 분위기메이커라 불리는 최규상(41) 씨는 이 클래스의 최연소 학생으로 건강한 4명의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남성이다.

최씨는 “어려서부터 음악이 꿈이었다. 피아노 등을 배워보려 했지만 늦게 시작하기에 악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성대는 지금이라도 훈련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이제는 가족행사에서 축가도 부를 수 있게 됐다”며 가곡교실을 통해 전엔 없었던 삶의 활력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정기연주회.
이들은 연말이면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는데 2012년까지 제9회를 맞았다고 한다. 이것은 하나의 축제로 까페, 식당, 공연장 등 장소도 해마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마련해 각자 1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멋지게 차려입고 뽐내며 즐겁고 보람찬 송년을 장식한다.

이용혜 교수는 “수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또 가르치고 있지만, 전공자들이 가곡교실 학생들의 열정을 따르지 못한다”며,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시간과 공을 들여 가르치고 배우고 나서, 수줍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악보도 읽지 못하던 분이 나중에 어엿하게 독창을 할 때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반인들의 음악사랑이 놀랍기만 하다”고 전한다.
이는 어려서부터 풍금과 함께 자라온,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이용혜 교수의 ‘음악사랑’이 묻어난 감동인지도 모르다.

성악가로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서울 시립합창단 창단멤버로서 소프라노 수석단원을 역임한 성악가 이용혜(59)씨. 고등학교 시절 ‘황금빛 고음의 종결자’로 불리는 테너 안형일(당시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에게서 레슨을 받고, 한양대학교 성악과와 오스트리아 비인 국립음악대학원 성악과(예술가곡과, 종교음악과)에서 수학했다.

이후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등에서 독창회, 2인 음악회, 4인 음악회, 가곡과 아리아의 밤 등 다수의 음악회에 출연했다. 한양대, 성신여대 등 유수의 음악대학 성악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현재 ‘Wien 성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페셔널 성악가의 코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그렇게 흔하겠는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분명 놀라운 사실일 것이다.

 ▲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수업 모습.
이렇듯 음악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뜨겁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는 오는 봄학기부터 가곡교실을 두 반 더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클래스의 높은 수준을 감안한 <초급반>과, 젊은 층의 관심을 반영한 <크로스오버> 반이다. 초급반은 3월 6일(수) 개강해 매주 수요일 4시 30분부터, 크로스오버반은 3일 3일 개강해 매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매 강의 80분씩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크로스오버반은 평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마련됐다. 기존의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반은 중급반으로 매주 목요일에 강의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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