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건설 발주제도
경제민주화와 건설 발주제도
  • 김경회 총괄본부장
  • 승인 2013.02.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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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말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정치인들이 서로 경제민주화란 용어를 선점하고자 애 쓰는 것을 보면, 경제민주화가 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것 같다.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우리헌법 제119조제2항은 이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헌법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 적정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금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경제민주화로 정의하고, 이를 위해 국가는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우리나라는 광복 후 급격한 산업근대화와 관(官) 주도의 압축 성장을 겪으면서 일부 기업으로 경제력 집중, 소득분배의 불평등 등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점들이 발생되었으나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아래 경제민주화를 위한 적정 소득분배 등 경제주체간의 조화는 우선순위 국가정책에서 대부분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슈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중소기업과 계층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정부주도의 대기업 위주 정책들이 결코 낙수효과 등과 같은 국민경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안 국민적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건설산업의 경제민주화는 어떠한가? 우리 건설산업은 경제민주화는 고사하고 경제민주화를 가로막는 규제들로 산재해 있다. 건설산업의 경제주체인 원·하도급간 경제민주화는 무엇보다도 건설발주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내 건설시장의 최대 고객은 정부다. 연간 100조원 내외 건설시장의 반에 가까운 수요가 정부에서 발생된다. 정부는 다수의 국민과 기업을 통해 세금을 거두어 나라살림을 꾸려나가지만 정작 정부계약법 상 공공공사는 대부분 통합 발주되어 극소수 대기업에게만 집중된다. 법으로 건설공사의 분리·분할발주가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계설비공사는 토목·건축과는 학술적·기술적 체계가 상이하고 설계도서가 독립되어 하자책임구분과 공정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는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법상 토목·건축인 종합건설사에게 통합 발주되고 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 전문기업이 함께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정이 상이(국가 : 500억원 이상 최저가, 지자체 : 2억~100억원 미만 공사)하고 다른 공동계약(공동이행, 분담이행)과는 다르게 이중 규제하고 있어 건설공생발전이라는 당초 도입 취지에 무색하고 현재까지 발주된 물량도 저조하다.
농수산물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통해 중간 유통구조를 혁신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고 있지만 건설공사는 현행법상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전체공사를 종합건설사가 도급받고 직접시공은 대부분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사들이 수행한다.
따라서 건축물의 최종 품질이나 원가는 이들 전문건설사들의 기술력과 경쟁력에 의해 좌우되지만 공사의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이라는 이유 아래 종합건설사만이 전체공사를 도급받을 수 있고 전문건설사는 하도급을 받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코자 CM에 의한 다중시공계약방식(CM for Fee)을 도입해 발주자와 직접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사들간 직접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러한 발주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건설산업에서 경제민주화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생과 공생일 것이다.
건설산업은 공정이 다양하고 전문성을 갖는 복합 산업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산참여 주체 간, 대·중소기업 간, 상호 협력관계 즉 공생관계가 어느 산업분야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 때문에 일찍부터 건설업계와 정부는 건설산업의 공생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지만, 매번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과 시장경제 논리에 막혀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하지 못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가 국민적 시대적 관심사가 된 지금, 우리 건설산업에도 경제민주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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