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법정관리, 건축설계시장의 위기인가
‘공간’ 법정관리, 건축설계시장의 위기인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12.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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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간종합건축사무소가 12월 11일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사건번호 2012회합250) 개시를 신청했다. 파산2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는 20일 현장검증과 심문을 마치고, 연내 회생절차를 개시해 내년 초 인가를 받는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건축의 대표거장 故김수근이 이끈 한국건축의 아이콘 ‘공간(空間)’의 법정관리, 이는 ‘누가 파산했다더라’ 보다 더 큰 충격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간 기업형으로 경영마인드가 전환되면서 故김수근의 ‘상징성’이 공간의 전부가 아니게 되었다. 규모 면으로도 공간은 업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TOP 건축사사무소였고, 대형 설계사의 위기는 건축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반영된 것임을 시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PF사업의 축소 등 국내 설계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공간을 위시한 많은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개도국의 불안한 정치상황, 내전 등 많은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계약이 취소되고 프로젝트가 중단돼도 그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의 재량에 맡겨졌고, 정부나 해건협 차원의 안전장치는 없었다. 얼마 전 LH에 해외도시개발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건설업계와는 사뭇 대조적인 부분이다.

그밖에도 건축사사무소를 옥죄는 현실은 더 있다. 현상설계에서 턴키로 재편된 설계시장, 이로 인해 15년간 누적된 시공사 논리는 설계의 가치를 평가절하 했다. 여기에 발주처와 설계자 사이에 CM이 들어오면서 건물의 품질보다 돈의 논리에 지배되는 구조가 고착됐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한다. 내년 수주 목표를 올해보다 상향하는 기업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위기의 건축설계시장, 2013년의 탈출구는 무엇인가.

의식주의 하나인 건축이 건설의 하위개념으로 인식되는 바람에 SOC 투자 축소 기조에 덩달아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차기정부가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건축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육성책이 수반돼야 복지정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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