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셉테드학회 강부성 회장
<인터뷰>한국셉테드학회 강부성 회장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12.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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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안전도시의 실현”

범죄예방 환경설계, 이른바 셉테드(CPTED)라는 분야가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으슥한 곳 등을 설계로 개선하고 이에 필요한 제도적 시스템을 갖춰서 범죄가 일어날만한 환경을 제거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는데, 여전히 구체적인 방법론, 특히 최근 급증하는 셉테드 수요 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실시한 시민제안정책 99개 사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정책으로 ‘여성들이 안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범죄예방 환경설계(셉테드) 도입’이 선정됐다. 도시환경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경찰 통계에 의하면 1980년대에 비해 2010년에 범죄발생 건수는 약 1.7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동안 5대 강력범죄는 2.2배, 성범죄는 3.7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경찰 측은 앞으로 범죄발생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 경찰 구조로는 급증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보도되는 ‘묻지마 범죄’, 그 양도 양이지만 잔인함이 매번 수위를 갱신하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이제 도시와 거주환경의 안전성에 대한 욕구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즈음에 본지는 2010년 국내에 셉테드를 정식 도입시킨 한국셉테드학회의 강부성 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을 만나 셉테드란 무엇인지, 국내 수요와 전망은 어떠한지, 실제 적용하기 위한 인증 절차는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 이오주은 기자 yoje@


“국민 삶의 질 향상시키는 셉테드는 궁극적인 복지전략”

  강부성 한국셉테드학회 회장 /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 국내 셉테드 도입 배경, 학회 주력 분야는.

셉테드라는 개념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학문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2005년 3월 경찰청에서 셉테드 추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 보급됐다.
그 해 7월 판교 신도시에 셉테드 원칙 적용에 관해 경찰청과 건설교통부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이후 셉테드 지침서가 마련됐으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셉테드가 기본계획 속에 포함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한국셉테드학회는 2010년 설립된 후 현재 기업 및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내 건설회사, 보안회사 등이 기관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공동주택단지 디자인 인증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6개 대형건설사의 공동주택단지에 셉테드 디자인 인증을 수여했다.
또 중랑구와 시흥시, 과천시 등과 MOU를 체결해 정책기반 조성을 위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아동 안전지도 만들기’ 등 관계기관과 산업체와의 관산학연 프로젝트 수행 및 서울시여성발전재단과 공동으로 ‘범죄로부터 여성의 안전 확보를 위한 마을 평가 체크리스트 개발’ 등이다.

- 셉테드 인증은 아파트 위주로 수여되나, 건설사 반응은.

범죄예방 디자인 인증의 수요는 2010년 1개, 2011년 2개, 2012년 5개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SK건설, 현대건설,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의 공동주택단지에 디자인 예비인증을 수여했으며, SK건설과 동부건설의 경우는 공동주택단지 2곳이 이미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설계단계에 있는 공동주택단지에 ‘범죄예방 디자인 인증’만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고, 앞으로는 사용 중인 건물의 ‘범죄예방 시설인증’을 수여할 예정이며, 이미 그에 따른 인증 기준이 마련된 상황이다. 또한 향후 학교, 공공기관, 가로구역 등을 대상으로 인증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 MOU 체결에 대한 지자체의 반응은.

지자체와의 MOU체결 현황은 셉테드 네트워크 구축에 청신호라 할 수 있다. 학회는 2011년 중랑구 아동 여성보호 지역연대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서울디자인재단, 시흥경찰서 및 시흥시청, 과천경찰서 및 과천시청 등과 MOU를 맺은 상황이다. 향후 더욱 많은 지자체ㆍ행정부서ㆍ시민단체와 업무협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통해 실질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또, 셉테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범죄예방환경 디자인(설계)뿐만 아니라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위한 관련법과 유지관리체계의 보완, 여기에 주민들의 협조 등이 빠짐없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국내에서 건축전문가와 경찰의 협력 및 추진력은 국외의 셉테드와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의 협력성과 추진력을 보이고 있는데, 이제는 전문가와 경찰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지자체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 국내 셉테드 적용 현황, 전망과 수요는.

2010년부터 총 8개의 공동주택단지에서 범죄예방 환경설계가 적용된 아파트들이 지어지고 가이드라인이 개발됐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막연하게 안전한 도시를 원할뿐 안전에 대한 방법론적인 해결책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 적극적인 셉테드 적용 및 정책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며,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ㆍ소기업, 방범업체, 행정부서 및 지자체,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범죄예방 환경설계 참여 및 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제도적으로는 아직 셉테드 표준화의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서울시 조례 개정을 통해 셉테드 적용이 도시 재정비사업에 일부 의무화됐고, 셉테드의 법적인 근거를 국토해양부 소관 법령에 개정을 통해 반영하는 등 제도화의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
2009년에는 주거시설 및 상업업무시설 범죄예방설계 가이드라인 표준이 개발됐고, 2010년에는 학교시설과 공원시설, 대중교통시설 셉테드 가이드라인의 개발이 완료된 상황으로, 앞으로 주거시설ㆍ상업업무시설ㆍ학교시설ㆍ공원시설ㆍ대중교통시설 등 시민이 접근하는 모든 영역에서 셉테드의 적용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 제2대 회장직을 수행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한국셉테드학회 회장직을 맡는 동안에, 연구 및 학술활동을 통해 범죄예방환경설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건축, 도시, 경찰학, 범죄학, 환경심리 등과 같은 다양한 학문간 소통과 협력, 융합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다양한 학문간 소통과 협력, 융합을 통해 아파트단지의 범죄예방환경설계인증을 비롯한 학교, 골목길, 공원 등의 범죄안전을 위한 연구와 프로젝트에 매진할 것이며,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셉테드학회
“공간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안전도시의 실현”

■설립 취지 및 구성
한국셉테드학회는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건축환경 구축을 통해 범죄 및 범죄 불안감을 저감시키고, 지역사회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학문적, 산업기술적,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2010년 설립됐다.
회장, 인증센터장 등을 포함한 50여명의 이사진과 약 20여개의 기업회원 및 200여명의 개인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회사, 보안회사 등이 기관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회 주요 활동으로는 공동주택단지 디자인 인증과 정책기반 조성을 위한 연구 등이 있다. 지금까지 국내 6개 대형건설사의 8개 공동주택단지에 셉테드 디자인 인증을 수여했으며, 중랑구와 시흥시, 과천시 등과 MOU를 체결해 정책기반 조성을 위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논문집 발간 및 정기학술발표대회 개최, ‘안전한 생활환경 구축(셉테드 활성화)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 실시, 각종 세미나와 심포지엄,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과, 일반인이나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단계별 교육활동을 진행 중이다.

■셉테드 인증 절차와 심사기준

 

셉테드 인증은 공적, 반공적, 반사적 영역, 공통설비 기준 등 4개의 큰 영역을 기준으로 해 총 152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항목을 통해 심사한다.  
5~6명으로 이루어진 평가위원들의 총 점수가 각 영역별 환산점수 70점 이상을 모두 충족하고, 이를 합산한 종합점수도 환산점수 70점 이상이어야 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
평가위원은 전체 인증심사위원회 소속 위원 중 해당 인증에 적합한 위원으로 구성되며, 인증신청이 있는 대상 건축물이 위치한 지역의 범죄 분석, 건축물에 대한 자료조사, 현장실사 및 인증 평가 업무 등을 한다.
인증 심사는 인증 심사는 크게 ①공적 공간, ②반공적 공간, ③반사적 공간, ④공통설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표 참조>
예를 들면, 공적 공간의 단지주출입구에서는 ▷영역성을 표시할 수 있는 시설(상징물, 문주, 조경수 등)의 설치 유무 ▷감시카메라 설치 유무 ▷단지 주출입구 지점(출입문, 차로, 보도)의 조도 등을, 반공적 공간의 보행로에서는 ▷조명의 사각지대 유무 등을 평가한다. 또한 반사적 공간의 복도계단에서는 ▷계단실에 내ㆍ외부 관찰 가능한 창의 설치 유무 ▷비상벨ㆍ동작감지 자동조명 등의 설치유무 등을, 공통설비기준에서는 ▷감시카메라의 위치 및 성능, 적정대소 등에 대한 평가와 ▷안내표지판의 명시성, 포함 내용 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셉테드(CPTED)’란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 Design)란, 건축환경의 적절한 설계(Design)와 효과적인 사용(Use)이 범죄의 두려움과 발생범위를 줄이고, 삶의 질을 증대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범죄행위를 촉발시키는 환경단서를 제거하거나 행위를 억제하는 환경단서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건축적 환경을 조절함으로써 범죄발생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범죄문제를 대응하는 CPTED의 기본 원리이다.
궁극적인 CPTED의 기본개념은 건축학자인 오스카 뉴만(O. Newman)의 ‘방어공간(Defensible Space)’개념에서 유래됐다. 뉴만이 정의한 ‘방어공간’은 거주자가 공간을 통제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에 실질적 혹은 상징적 방어물이나 영향력, 감시기회 등을 확대시켜 놓은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접근과 감시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도로를 통해 영역성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뉴만은 이를 통해 연립주택과 아파트 위주의 공공주택에서의 공간관리 및 설계와 범죄와의 관련성을 증명함에 따라 자연적 감시, 접근통제, 영역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또한 그는 범죄방어공간에 대한 정의와 함께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후 도시사회학자이자 도시계획가인  Wekerle & Whitzman 등 도시비평가, 범죄학자, 건축학자, 도시계획가와 같은 전반적인 도시․ 사회․ 범죄 관련 전문가들이 CPTED에 관심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에서는 조직적인 CPTED 디자인이 시작됐다.
영국, 덴마크, 프랑스 등은 90년대 중반부터 ‘도시계획·건축디자인을 통한 범죄예방’ 프로세스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유럽표준인 EN14383(도시계획과 건축디자인을 통한 범죄예방) 시리즈를 개발 및 제정해왔으며,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CPTED에 관한 국제적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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