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최선의 공사입찰제도는 무엇인가
현재 최선의 공사입찰제도는 무엇인가
  • 김성근 변호사
  • 승인 2012.12.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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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건설공사에 대한 최저가입찰제도를 확대 실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매우 뜨겁다.
이는 정부의 최저가확대방침에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반대하면서 불거졌는데, 최근에 일부 국회의원이 여기에 가세하면서 더욱 불을 지핀 양상이다.
즉 일부 국회의원들은 의원입법을 통하여 최저가입찰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행 최저가입찰제도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의원입법에 의한 방식이 내용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법체계적으로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에는 최저가입찰이라는 제도 자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는 최저가입찰제도를 수많은 입찰제도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행령에 규정된 제도를 시행령보다 상위규범인 법률을 통하여 최저가입찰제도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률개정이나 제도개선의 형식을 구비한 것으로 보기 어려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국회의원과 같이 입법만능주의 입장에서는 법률에 의하여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나, 어떠한 제도이든 그 내용과 형식이 국민들의 상식수준에서 합리적이고 조화롭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이처럼 최저가입찰제도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은 최저가입찰제도의 확대가 중소건설업체들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3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서는 대형 또는 중견업체들이 주로 경쟁을 하나,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중소건설업체들이 주로 경쟁을 하는데, 현재 중소건설업체들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하면 300억원 미만공사에 대하여 최저가입찰제도를 도입할 경우 중소건설업체들은 공사를 수주하고도 소위 적자공사로 인하여 부도 등 생존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중소 건설업체들이 정부의 최저가 확대방침에 일제히 반기를 든 것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으로 수용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보이나, 정부 역시 예산절감이나 당초 최저가 확대방식을 법규에 명시한 이상 이를 시행하지 않을 방법도 없었다고 보인다. 법규를 제정, 공포한 정부가 임의로 그 내용을 위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와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공사입찰제도는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여건에서 가장 최선의 입찰제도는 무엇인가?
최선의 입찰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공사의 이해당사자인 발주기관, 종합건설업체, 전문건설업체, 노무자, 자재 및 장비업자, 건설보증기관 등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같은 발주기관으로서는 최소한의 경쟁성을 확보하여 최소의 예산으로 시설물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종합이든 전문이든 건설업체들은 건설공사 시공을 통하여 적정 이윤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결국 양자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로서는 입찰담합, 부실시공, 뇌물수수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다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입찰제도는 상당히 다양하다고 볼 수 있으나, 건설공사에 대한 입찰제도는 크게 적격심사제도, 최저가입찰제도, 턴키입찰제도, 기술제안입찰제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인다.
현행 적격심사제도는 적정한 낙찰율을 보장하므로 덤핑투찰에 따른 부실시공과 담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낙찰여부가 경쟁이 아닌 운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된다.
현행 최저가제도는 위와같은 운찰제라는 적격심사제도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하여 도입되었으나, 덤핑투찰에 따른 부실과 담합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운찰제의 폐해도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더 나아가 저가투찰을 위한 서류의 위조 및 허위서류의 작성 등 위법행위는 물론 주관적 심사에 따른 로비경쟁도 매우 심각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턴키입찰은 기술발전에 기여했다는 순기능이 있으나, 주관적 평가인 설계심의과정에서 극심한 로비경쟁 및 건설업체들의 가격담합이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며, 기술제안입찰의 경우 현재 발주기관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고, 주관적 평가과정에서 턴키입찰과 같은 담합과 로비경쟁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특히 건설경제가 최악인 상태에서 최저가입찰제도는 건설업체로 하여금 공사를 수주할수록 그 생존을 어렵게 하는 치명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는 갈수록 줄어드는 건설물량,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건설업체의 수, 그에 따른 경쟁의 치열, 공사를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금품제공과 같은 로비, 서류위조, 담합 등과 같은 범죄행위에 의하여 수주하려는 인식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위와같은 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최선이라고 볼 것이나, 그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우선적으로 타파해야 할 폐해부터 해결해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위와같은 문제들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제도를 선택한 후 그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제거되어야 할 폐해는 금품수수에 따른 로비경쟁이라고 본다. 그 폐해는 사회적, 국가적으로 확대되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며, 건설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로비경쟁이 심각한 최저가낙찰제, 턴키입찰, 기술제안입찰의 발주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제거해야 할 것은 공정한 거래를 방해하고 일부 가담자들만이 혜택을 보는 입찰담합이다.
이 역시 일부 업체들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위와같은 모든 문제들을 노출하고 그 피해를 기술할 수 없으므로 구체적 내용을 생략한다.
결국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입찰문제를 최소화하고 발주기관과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제도는 적격심사제도로 보인다. 다만, 적격심사제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운찰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찰제의 기초가 된다고 볼 수 있는 복수예가제도를 폐지하고 평가요소에 대한 변별력을 상당히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발주기관은 부실시공과 담합, 로비와 같은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건설업체는 최소한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회사의 생존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어느 연구기관이 최저가 제도개선의 대안으로 종합낙찰제라는 제도를 들고 나온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종합낙찰제의 본질은 가격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격요소를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적격심사제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시장에서 개선된 적격심사제가 바로 상생과 협력의 시금석이라고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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