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두려운 그들
한가위가 두려운 그들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2.09.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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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예부터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웠던 우리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참담한 심정으로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임금이 수개월 동안 체불된 건설기계 노동자들이다.
최근 전국건설노동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건설기계 현장 조합원들의 체불임금은 총 1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2만 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실제 사업장에 투입된 39만 건설기계 현장노동자들이 받지 못한 체불액수는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접수된 건설기계 체불 중 정부 발주 및 공공공사현장이 차지하는 체불이 80%에 달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올해 광교신도시 ‘ㄱ업체’현장에서는 밀린 임금을 못 받은 건설노동자들이 70여 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장비를 점거하는 사태가 수차례 발생해 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7월 기존 원청과 하청 간에 임금(임대료) 체불여부를 확인하던 것에서 건설기계 체불이 집중된 하청과 건설기계노동자간 임금 지급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국가계약법을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체불임금 근로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대책에 냉소적인 반응이다. 정부가 ‘임금체불 근절’이라는 명분만 내세웠을 뿐 실제 현장에서 발주처는 도급업체에 임금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한 건설현장 노동자는“추석 명절 고향에 내려가지 못할 바에야, 세금 낼 때만 국민이고 일한 돈은 떼먹는 정부 앞에서라도 조상들께 차례를 올리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정부는 체불임금 청산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대책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대책들이 자칫 명절을 앞둔 이벤트 성으로 끝나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좀 더 강력한 현장관리·감독 및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부터 한가위는 친지와 이웃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함께 모여 즐겨온 날이다. 내년 한가위에는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괴로운 임금체불 노동자들도 함께 한가위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 김하수 기자 hskim@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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