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경숙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
<특별기고> 최경숙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08.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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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어린이집 건축환경의 패러다임 전환

“국민소득 2만불, 10위 경제 대국에 걸맞는 복지 마인드 높여야
보육서비스와 건축환경 연계, 건전한 보육 생태계 만들어야”

■공동주택 어린이집 건축환경의 패러다임 전환

▷ 공동주택 어린이집 설치기준 현실화 필요
▷ 미래지향적 단지계획과 어린이집 설계 중요
▷ 영구음영이 생기는 위치 피해야
▷ 접근성이 중요한 어린이집 입지
▷ 어린이집 전용 외부 공간이 확보돼야
▷ 어린이집 공간에는 독립성이 필요함


 

▲ 최경숙 인덕대 건축과 교수
최근 들어 어린이집과 보육정책이 매스컴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고, 특히 작년과 올해에는 무상 보육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핫 이슈로 뜨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 참여와 가족 유형 변화 등으로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이후 정부는 보육 서비스의 공급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현재(2011. 12 기준) 어린이집 시설 수 3만 9천여개소, 아동 수 134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영유아(6세 미만) 277만여 명 중 131만여 명인 47%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영아(3세 미만 아동)의 54%, 유아(3세 이상 6세 미만)의 42%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2012년부터 2세 이하와 5세 무상 보육으로 어린이집의 영아 수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정부의 무상지원 보육정책과 보육 프로그램 개발, 인증제도 활성화에 따라 인문사회적 환경은 질적으로 상승됐으나 여전히 물리적 환경의 질적 수준은 낮은 편이다.
2009년 실시된 전국보육실태조사를 보면, 어린이집에서 시급히 개선이 요구되는 항목은 시설설비 개선이 27.7%로, 보육교사 처우개선(28.7%) 바로 다음으로 유사하게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공동주택 어린이집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관심 밖에 있었는데, 작년 한 건설회사 광고에 어린이집이 등장하더니 올해는 수도권 소재 대단지 공동주택 어린이집에 대한 설계자문이 들어오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 영유아 신체치수에 적합한 놀이기구가 있는 다양한 마감재의 어린이집 놀이터.

■영유아 보육기관, 어린이집
‘어린이집’이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육하는 기관으로,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ㆍ양육하고,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어린이집 및 가정양육 지원에 관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말한다. 2011년 12월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보육시설이 ‘어린이집’으로 명칭 변경됐다.

어린이집은 설립주체에 따라서 ▷국공립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법인ㆍ단체등어린이집 ▷직장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 ▷부모협동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등으로 분류된다.

행정 체재는 관할부처와 관리감독, 재정지원 담당이 분산돼 있다. 관할부처로서 어린이집 ‘시설기준’은 보건복지부, 가정 양육지원 ‘아이돌보미 사업’은 여성가족부, 공동주택 어린이집 ‘설치기준’은 국토해양부, ‘직장어린이집 지원’은 고용노동부이다. 그리고 관리감독, 재정지원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다.

어린이집 설계의 목표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건축설계 시 고려사항은 영아와 유아에 따른 차별화, 영유아 신체에 적합한 가구와 설비,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 조성, 적정 규모산정, 성인에 대한 고려, 자연과 소통하는 환경 조성, 사회적 변화 수용 등이다.

▲ 영역별 활동 위주인 교육적 요소가 생활적 요소보다 많은 어린이집 유아보육실.

■공동주택 어린이집의 건축환경 전환
공동주택 어린이집은 설립주체에 따른 분류에 의하면 ‘민간어린이집’에 해당된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 환경 수준은 다른 유형 어린이집에 비해 물리적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누진적 설치기준=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동주택 어린이집의 설치기준은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주택단지에는 상시 영유아 21명 이상, 50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영유아 40명 이상 보육할 수 있는 시설규모를 갖추는 것이며 어린이집에 대한 시설기준은 영유아보육법과 보육사업안내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 시행사와 건설회사 등의 복지 마인드 부족과 수익성 추구로 인해 공동주택 어린이집 아동 정원은 법적 최소기준(21명이나 40명)인 경우가 상당수 있어 보육 수요에 대한 자발적 개선노력이 안보이고 있다.

또한 공동주택이 완공된 이후 주동(住棟) 1층에 가정어린이집이 설치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법적 복리시설인 공동주택 어린이집의 아동 정원이 수요에 비해 부족해서이다.

그러므로 공동주택 어린이집 단지 설치 기준은 단위 주호(住戶)의 규모와 연령층, 유사 시설 유무 등을 고려해 세대수 규모 증가에 따라 누진적으로 설치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누진적으로 세대수 증가에 따라 공동주택 어린이집 최소 정원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단지계획=우리나라 단지계획에서 부대복리시설은 중요도가 낮은 편이고 복리시설에 대해서 사업자 측에서는 수익성은 없으면서 비용이 드는 존재로 여기고, 입주자 측에서는 주택을 분양받는 데 치중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동주택의 비중이 전국적으로 70%를 넘었고 더욱 증가될 추세인 것에 비해 주거단지에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은 현재 ‘친환경’과 ‘정보통신’ 등에 치중돼 있다. 이런 분야들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복리시설인 어린이집의 시설 수준을 높이는 것도 주민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공동주택 건설사업은 기획에서부터 준공 시점이 4~5년 정도로 길기 때문에, 관련 법령 개정이나 건축 재료, 설비의 선진화 등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미래지향적으로 공동주택 단지계획과 어린이집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초고층 단지의 영구음영 문제=기존 공동주택 단지에서의 어린이집 위치는 주동을 배치하고 난 다음 주동을 배치할 수 없거나 남는 자리에 놓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이집은 남향이지만 인접한 주동의 영구음영으로 일조가 안 되는 사례가 많으며 일부 일조 조건이 나쁜 어린이집에서는 하루 종일 전등을 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대단지 공동주택은 초고층이나 고층으로 계획되므로 어린이집은 영구음영이 생기지 않는 위치가 되도록 위치 선정 시 고려해야 한다.

◇단지 중심에서 접근성 확보=공동주택 어린이집에 대한 접근성은 걸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집이 구석진 위치에 있다면 접근성이 떨어져 영유아와 보호자, 운영자 등이 불편하게 된다.

최근 친환경 개념을 강조해 모든 주차를 지하층에 설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우 지하 주차장에서 어린이집과의 보행거리가 길면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어린이집을 단지 입구 또는 중심에 배치해, 인식성의 제고를 유도하며 보행자의 접근성뿐 아니라 자동차의 접근성도 중요하게 다루어 져야 한다.

또 어린이집 전용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영유아의 안전과 보호자와 교직원의 편리성을 도모할 수 있다.

◇전용 외부공간의 확보=어린이집의 외부공간은 진입공간과 정원, 놀이터, 서비스 마당 등으로 구성된다. 진입공간은 대문에서 현관까지 포장된 부분이 있어야 하고, 서비스 마당은 음식재료 반입과 쓰레기 처리 등을 위해 필요하다.

공동주택 어린이집에는 단지 내 어린이놀이터가 있으므로 놀이터가 별도로 없어도 된다고 생각되며, 별도의 외부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에서 50인 미만 시설에는 놀이터가 없어도 가능하지만, 영유아의 신체적 발달을 위해서는 전용 놀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어린이집에서는 영유아에 대한 보호 감독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안전한 어린이집이 되기 위해서는 전용 놀이터를 포함한 외부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담장을 투시형으로 낮게 설치하거나 생 울타리로 하여 시각적으로 개방감이 있게 하면서도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

◇공간의 독립성 필요=공동주택 어린이집의 건물 점유 형태는 단독인 경우와 복합인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단독건물인 경우에는 전용공간이 확보되고 안정감이 있어 어린이집으로 가장 바람직하다. 복합인 경우 주동 1층에 있는 경우와 커뮤니티센터 일부로 있는 경우가 있다.

1990년대 지어진 공동주택에서는 어린이집이 경로당, 관리사무소와 복합화 돼 별동으로 지어진 사례가 많은데, 어린이집 건축 환경으로는 일조, 통풍, 독립성 측면에서 양호한 편이다.

2000년대에는 주동의 1층에 있는 사례가 많다. 단위주호를 그대로 어린이집으로 사용하는 경우 다른 주호에 소음이 전달되기 쉽고 3~4명의 가족이 사용하도록 설계된 단위주호를 수십 명 영유아가 사용하기에는 단체 급식에 불편한 조리실이나 영유아 인체치수에 맞지 않는 목욕실 등이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2010년대에는 주민운동시설이나 도서관 등이 복리시설로 추가되면서 주민 편의성이 제고된 커뮤니티센터의 일부인 경우가 주도적이다. 최근 분양되는 공동주택에서 세대수가 1,000세대 미만이거나 주호 면적이 중대규모 경우에는 커뮤니티시설과 복합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세대수가 1,000세대 이상이거나 주호 면적이 중소규모인 경우 커뮤니티센터와 별동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

어린이집이 복합인 경우 현관이나 계단 등을 다른 용도와 같이 사용하면 불편하고 아동의 보호와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바닥 면적이 넓은 건물의 일부인 경우, 외기에 면한 부분이 제한돼 창이 없는 보육실이 생기거나 평면 구성이 불합리해 진다.

그러므로 복합 건물인 경우 독립적인 현관과 계단을 확보하고 주요 실들이 외기에 면하도록 세심하게 계획해야 한다.

▲ <좌>단지 중앙에 있는 커뮤니티센터와 복합 건물로 된 어린이집이 있는 공동주택 배치도(세대수:1천711세대, 주택 규모: 전용면적 68~84㎡/ 삼성래미안 한강신도시 2차 아파트). <우>커뮤니티센터와 별도로 단독 건물로 된 어린이집이 중앙에 놓인 공동주택 배치도(세대수:2천652세대, 주택 규모: 전용면적 60~140㎡/ 답십리 래미안 위브 아파트)

■보육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
어린이집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상호 연계돼야 건전한 보육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보육 생태계’라 한다면 눈에 보이는 부분은 ‘보육 서비스’와 어린이집 ‘시설’이다.

소프트웨어(보육 서비스) 아래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은 보육 제도, 아동학 연구, 보육 프로그램, 어린이집 운영 등이고, 하드웨어에서는 시설기준과 건축 연구, 건축 설계, 건축 시공 등이 있다.

어린이집 건축 환경은 영유아가 가정을 떠나 집단생활을 처음 경험하므로 가정 다음으로 중요하다. 실제 취학 전까지 영유아는 총 1만2천 시간(하루 평균 8시간, 1주일에 5일, 1년에 50주) 가량을 어린이집에서 보낸다.

윈스턴 처칠 경(Sir Winston Churchill) 은 “사람은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First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이 넘었고 수출입 10위인 경제 대국이 됐다. 과거에는 성장 위주 정책이었으나 이제는 복지 위주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공동주택 어린이집의 기획에도 이러한 복지 마인드가 녹아들어 가야만 영유아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으며 워킹맘이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육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서로 연계돼 건전한 보육 생태계가 돼야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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