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2.07.09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간주택·공공시장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 정부·건설업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건설 경기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주택 경기 역시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이 이처럼 어려운 가운데 6월 중순 해외건설 수주액이 5천억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이루면서 희망을 주기도 하였다.
본지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과 국내 경제의 주축이 되는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의 회생방안과 해외건설의 경쟁력 강화방안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먼저 최근의 건설부동산시장에 대해서 진단해주십시오.
건설시장이 어려운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정말 어렵습니다.
먼저 공공건설시장부터 살펴보자면 4대강 사업의 종료와 함께 예산이 크게 줄어들어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형업체들은 해외건설에서 부족한 물량을 보전하고 있지만 지역의 중소건설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시장의 충격에 노출돼 있어요.
또 예산이 기존사업의 완공 위주로 편성되다보니 수주잔고가 없는 건설업체와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업계가 큰 고통에 빠져 있습니다.
설상가상 최저가낙찰제의 여파로 수주의 질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주택부동산시장도 전 정부의 정책과 규제 및 2008년의 금융위기의 여파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수차례의 대책을 통해 시장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과 일부 평형에서 분양 온기가 돌고 있다고는 하나 평균적으로는 약보합세 정도로 보입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은 분양과 거래 모두 냉골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분위기마저 감돌 정도예요.
건설업계 전반이 이렇듯 침체되다보니 200만 건설 종사자들은 물론, 유관산업 종사자들, 또 그 가구원까지 감안하면 국민의 상당수가 경기침체의 직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경제가 더욱 피폐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합니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에 묶인 소위 하우스 푸어들과 특히 은퇴한 고령층, 서민 대출자들의 고통도 심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제 건설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경제성장, 내수촉진, 가계부채,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건설경기 부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며, 건설시장의 업체 규모별 또는 지역간 양극화를 극복할 것인지, 제값 받기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또한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이 무엇인지, 인구 구조적 변화에 따라 어떤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지도 정부와 업계, 학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 SOC 사업이 눈에 띄게 줄었고, 예산 역시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SOC 사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나라가 성장에 주안점이 있었던 때는 SOC 투자를 통해 고속도로, 고속철도, 항만, 공항, 산업단지 등의 물리적인 기반시설을 확충해 왔습니다.
이들 시설이야말로 국민의 편의 증진뿐만 아니라 생산 효율성 제고와 물류 비용의 절감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의 일등 견인차가 됐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꾸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반시설 수준은 아직도 선진 외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는 형편입니다.
국가물류비의 GDP 비중은 약 13%로 일본, 미국의 한 자리대 수치에 훨씬 못미치는데다, OECD, 세계은행, IMD에서 평가하는 시설별 국가 경쟁력 평가도 대체로 20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을 도외시한 채 SOC 시설의 구축을 중지하다시피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저해할 수밖에 없어요. 복지 향상의 측면에서도 SOC 시설의 구축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울러 SOC 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우월한 고용 및 생산 유발효과로 지방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때 투자의 내용이 ‘생활형 SOC’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추진된다면, 대중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겠지요.
생활형 SOC 사례 중 아직도 지역편차가 가장 큰 주거 부문을 살펴보면, 지역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대규모의 정비사업이 아니더라도 주민의 삶터와 커뮤니티를 파괴하지 않는 소규모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유휴 동사무소나 학교시설을 복합적으로 개발해 행정, 교육, 노인복지, 육아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이 밖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재해에 강한 건물, 교통망, 상하수도망 구축, 무공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 제공도 SOC 산업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5.10대책과 후속방안이 연이어 발표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시장은 침체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주신다면.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주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서민의 내집 마련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일면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주택 구입을 꺼려 거래가 위축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문제점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5.10대책 이후 의견은 엇갈리고 있지만,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된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주택정책만으로는 주택시장의 역동적 변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주택 재고나 인구 및 가족구조, 경제활동인구 동향 등을 감안해 볼 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1인가구, 부부가구의 증가 등 가구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요 변화에 맞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가 만연하던 시절의 정책은 바뀌어야 합니다.
주택정책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주거불안 확대라는 더 큰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도입되었던 투기억제책이라든가 개인의 1가구 1주택 소유 촉진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들은 당연히 철폐되어야 할 것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주택을 어떻게 팔지를 정하는 주택의 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정책들도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도 전환돼야 할 것입니다.
임대주택의 절대적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회악이 아니라 서민에게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유익한 역할을 담당하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주택시장의 정상화와 임대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결국 지난 18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19대 국회에서는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적 초석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택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
오래 전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당시의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은 누가 뭐래도 부동산이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요.
부동산을 통해 떼돈을 버는 시기는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오히려 부동산에서 손해를 보거나 과도한 투자로 빚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구구조와 주택 보급 정도를 보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제 집을 소유할 것인지, 임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살 때도 주택의 유형, 교통 및 주변환경, 교육여건, 환금성, 인생의 사이클 등 복잡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공급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위해 짓기만 하면 팔린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몇 백 억원, 수 조원의 건설공사 발주를 할 때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지 않겠습니까.
상급 기관의 지침 범위 내에서 주관적 판단 없이 획일적으로 공급자를 정하는 투명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엄청난 지출이 수반되는 공공사업이니 만큼 품질, 가격, 공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자를 정하는 책임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격과 객관성 및 투명성이 중요시되는 경우가 있고, 품질과 주관적 평가가 우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현명한 발주자가 예산절감은 물론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