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소형주택건축 의무비율 부활'은 시장에 대한 지나친 우려
<논단>- '소형주택건축 의무비율 부활'은 시장에 대한 지나친 우려
  • 승인 2001.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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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책임연구원

정부가 전·월세난 극복을 위해 내 놓은 '소형평형 건축 의무비율 부활'방침에 대해 일반인과 부동산 전문가들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일반인은 금번 조치가 전세난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향후 소형아파트의 공급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여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언론지상을 통해 금번 조치가 재건축시장 과열 진정에는 일조했지만 전세난 해소에는 효과가 크지 않고 소형평형공급에 있어서도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견해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과 주택시장 기능에 대한 시각차이에서 발생하였으리라 추론된다.

우선 전세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가격 상승의 기저에 틀림없이 그 동안 누적되어온 공급부족 현상이 깔려 있지만 단순히 소형주택의 부족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지속된 저금리 현상과 일부 강남지역의 재건축 사업 붐이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세임대인들이 보증부 월세계약을 선호해 순수 전세물량이 줄었다.

반면 임차인의 전세선호는 지속되어 전세가격이 상승하였다. 거기에 강남지역 재건축 이주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전세가격은 더욱 상승하였다. 또한 저금리와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높아졌다.
소형아파트나 다세대, 원룸 매입 후 보증부 월세형태로 임대하는 방식을 주로 택함으로써 이 또한 소형주택 전세물량 부족을 부추겼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소형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발생한 부분보다는 월세전환 증가로 인한 전세물량 부족에 의해 발생한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단순히 소형주택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임대시장의 교란이 해결되지 않으면 주택을 늘린다해도 문제는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파트 공급까지는 최소 2∼3년이 소요되므로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문제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먼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임대시장 여건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월세 임대자를 위한 보호장치를 강화하며 임대시장의 모니터링을 통해 적정한 임대료를 책정하도록 시장을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 현재의 주택시장이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가?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 정부는 직접 나서서 주택배급 순서를 정하고 분양가를 제한하며 주택규모를 정해주면서 주택시장을 진정시켜 왔다. 부정적인 효과도 많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컸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주택보급률이 95%에 달한 지금의 주택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문제가 대부분이며 시장이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된다.
최근 건설교통부에 의하면 소형주택 건설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서울과 인천은 다세대 형태의 주택건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주택분양시장에서도 소형평형 공급이 늘고 있다. 주택시장이 자율적인 수급조절기능에 의해 신속히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공급하려는 소형주택 규모가 실수요자들의 선호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마저 대두된다.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주택의 규모는 18∼25.7평형으로 정부에서 공급을 늘리려는 18평형 이하와는 차이가 있다. 시장의 수요와 정부의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제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하기보다 시장을 신뢰하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할 때가 되었다. 가령 특정지역에서 소형평형을 늘리려고 한다면 소형평형을 짓는 업체에게 세제지원이나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유도하는 편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의도하는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월세 임차인에 대한 권익 보호장치 마련과 임대시장 인프라의 지속적인 구축이 필요하다.
토지가격과 건축비를 감안할 때, 소형주택을 아무리 저렴하게 짓는다 하더라도 가격을 낮추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나 평생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운 계층은 있기 마련이며 정부의 시장개입도 이러한 저소득층의 주택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구적인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저렴한 임대료로 평생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임대주택 인프라를 갖추는 일은 아무리 서둘러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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