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준공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준공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05.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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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건축(장영철ㆍ전숙희) 작품, 5일 개관식

▲ 5일 마포구 성산동에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식이 있었다. 정대협은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는 이 박물관을 위해 9년간 지난한 투쟁을 했다. / 사진_김두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무채색 전벽돌 스크린에 수놓인 전쟁의 기억"
와이즈 건축(장영철ㆍ전숙희) 작품, 2011년 지명현상 당선 후 10개월만의 결실

지난해 여름 새로운 현상공모 방식으로 건축계에 신선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5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서 개관식을 가지고 결실을 거뒀다. 일본군 위안부의 명예와 인권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이 기념관은 2003년부터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가 추진해 온 숙원사업이다.

2006년 서울시로부터 기증받은 서대문 독립공원 내 매점 터에 박물관 건립이 거의 확정됐다가 독립유공단체의 반대로 2011년 마포구 성미산에 단독주택지를 매입하고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성격이 전환됐다.

이에 초기부터 정대협과 함께 해온 여성건축가협회는 새건축사협의회와 공동으로 작년 8월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한 지명현상설계를 공모하고, 와이즈 건축의 부부 건축가 장영철ㆍ전숙희 씨를 설계자로 선정했다.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성금 20억원으로 마당이 있는 2층 주택을 개조한 이 박물관은 진입이 특이하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은 후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면 쇄석길을 따라 지하1층 좁은 문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일반적인 박물관의 출입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 안에는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증언했던 김학순 할머니의 생전 모습 등 위안부의 통곡과 절규가 담긴 영상이 보이고 멍석 위에 신발만 놓여 있는 쪽방은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준다. 이어 지하에서 지상층으로 가는 계단 벽에는 할머니의 유언을 적은 벽돌을 사이사이 발견할 수 있다.

▲ 지난해 여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한 지명현상설계에서 당선된 와이즈 건축은 열 달의정성으로 2층짜리 주택을 박물관으로 탄생시켰다. / 사진_김두호

“마포구 성미산에 30년 넘은 주택 개조, 건물의 오랜 흔적 통해 위안부의 아픔 표현
4만5천장의 벽돌, 3만 글자가 새겨진 기부자벽, 20년간의 모금과 9년간의 기다림“

이 벽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택을 철거하다가 발견한 오브제다. 그 거친 면이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과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축가는 30년 넘은 주택의 보잘것 없는 조적을 그대로 남겼고, 지금은 유적처럼 거대한 면이 되어 박물관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그러나 건축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곳은 2층 테라스다. 건물의 파사드가 되는 이 전벽돌 외피는 습식공법이 사용되지 않은 100% 건식 구조물로, 평범했던 박공 주택에 균질하고도 질서있는 새로운 얼굴을 제시하며, 2층의 테라스 공간을 사이에 두고 내부 전시장과 대화를 한다.

현상공모 당시 와이즈 건축의 제안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관람객이 공유하게 하고자 진입부터 전 관람 동선에서 호흡을 늦추지 않은 공간의 스토리텔링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공모가 주목을 받은 것은 지명 경쟁에 참여했던 동료 건축가들과 심사위원, 건축주가 모두 설계자와 함께 머리를 모아 진행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일회적인 당선작 선정에 그치는 현상설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위해  관련자가 책임을 공유했다는 점은 건축계에 큰 이슈가 되었다. 당시 각 미디어에서 출판 등을 통해 이 과정을 기록하겠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에게는 녹록하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낡고 헐은 주택은 시공 중에 얘기치 않은 문제들로 낮밤을 가리지 않고 건축가를 호출했고, 설계자는 그때마다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했으며, 도면은 수없이 수정됐다고 한다.

개관을 며칠 앞두고 방문한 현장에서 손수 준공청소를 하고 있는 건축가 전숙희 씨는 마치 튼튼하게 자라주는 아이를 보듯이 뿌듯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환하게 기자를 맞았다.

그녀는 시공자의 노고, 건축주와의 소통, 뜻하지 않은 사고, 건축에 대한 고민 등, 이 박물관이 잘 지어지길 바랬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 각자의 실리를 내놓고 성실한 도전에 임했던 이야기들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려주었다.

이에 본지는 다음 호에서 와이즈 건축의 안내로 밤을 새도 부족할 것 같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얽힌 새내기 건축가의 좌충우돌 리모델링 극복기를 들어보려 한다. 

▲ 개관식날, 관람객들이 2층 테라스에서 벽돌 스크린에 추모의 마음을 담은 장미꽃을 꽂고 있다. / 사진_김두호

 

▲ 사진_김두호

▲ 사진_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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