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안보회의인가 핵 패권회의인가
핵 안보회의인가 핵 패권회의인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03.2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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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과 27일 양일 동안 역사상 가장 많은 해외정상이 모인다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NSS)가 열렸다. 그러나 이 국제행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는지는 폐막한 지금까지도 불분명하다.

NSS의 공식 결과물은 ‘서울 코뮈니케’, 고농축우라늄의 최소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2010년 워싱턴에 이은 2012 서울 정상회의의 명분은 9.11테러 이후 핵안보를 위한 국제공조이다. 즉, 핵 테러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민수용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Pu) 등 핵물질의 원재료 및 이동 경로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만장일치로 합의된 서울 코뮈니케에 대한 로드맵 즉, 2013년까지 HEU를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실천은 ‘각국의 자율에 맡긴다’이다. 그러니까 어떤 강제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역사상 최대 정상회의였을까. 여기서 잠시, 핵 문제를 언급하는 데 있어 3월 11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동일본을 강타한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는 ‘가장 깨끗한 에너지’란 이름으로 판매되던 원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3월 11일 이후로 전 세계가 ‘핵 없는 세상’을 외치게 됐다.

그로부터 1년 후, 서울 NSS는 핵 테러 방지와 원자력시설의 안전을 의제로 ▷핵물질의 안전한 방호 ▷핵 테러 차단을 위한 국제 공조 강화 ▷핵물질의 불법적인 거래 차단 등을 논의했다. 모두 ‘핵 있는 세상’을 전제로 한다. 핵으로 인한 반영구적 재앙을 경험한 지 불과 1년이건만.

때문에 NSS를 두고 원전 시장의 부활과 강대국의 핵 패권을 위한 공론화의 방편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이 즈음에 지난 2월 9일 고리원전 1호기가 정전으로 12분간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 문제는 이를 원전 측이 은폐했다는 것이다.

모든 아젠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핵의 위험이 인류의 생존을 적극적으로 위협하는 시점에서, 핵 안보라는 명분으로 고리원전 사태를 은폐해가면서 무리하게 진행시키는 핵패권 행보에는 경종을 울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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