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미래 건축의 대안일 수 있는가?
한옥, 미래 건축의 대안일 수 있는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03.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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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i 2012 국가한옥센터 제1차 한옥포럼

기존한옥 보존 노력 없이 한옥의 보급화 명분으로 한 신축한옥 비판
2천년 역사의 온돌 등 한옥의 과학적 본질, 가치 계승의 필요성 지적

“신한옥이 말하는 가치는 이미 전통한옥 안에 있다. 이것으로 미래주거의 대안을 논할 수 있겠는가”, “온돌, 정주(鼎廚), 서까래, 지붕…현대한옥은 전통한옥의 과학적 우수성과 생태적 가치를 얼마나 계승하고 있는가”, “한옥의 보급을 위해 저가의 신축한옥을 연구한다면서 기존의 한옥을 저렴하게 개보수하는 방법은 왜 등한시한 채 멸실을 방치하는가.”


현대한옥이 유망 건설산업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는 1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옥, 미래 건축의 대안일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올해 예정된 4번의 한옥포럼 중 첫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 2012 제1차 한옥포럼에서 피터 바돌로뮤 씨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피터 바돌로뮤 씨의 기조연설 ‘한옥의 깊은 문화가치 보존방안’과 3개의 주제발표 및 토론이 진행됐다.

지난 2010년 성북구 재개발 관련 항소심에서 서울시에 승소해 더욱 유명해진 한옥지킴이 바돌로뮤 씨는 한국에 온지 44년째라며 1968년부터 4년간 강릉 선교장에서 살면서 체화한 한옥의 높은 가치와 재개발로 철거되는 한옥의 실태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는 “70년대 수십만 채에 이르던 한옥이 지금은 3천 채도 안 남았는데 한국인들은 너무나 위기의식이 없다”며, “신축한옥도 좋지만 전부터 있었던 한옥을 신경 써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가한옥센터에 한옥의 보수 및 리모델링을 상담하는 기구의 설치”를 제안했다.

또 “한국이 자랑하는 2천년 역사의 온돌, 독특한 다락 구조의 주방, 과학적으로 계산된 서까래의 길이와 각도, 지붕의 완벽한 균형 등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한옥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의당을 통해 본 조선 후기 문화공간으로서의 한옥’이란 주제발표에서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19세기 조선시대 사대부의 가옥과 주거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사의당이란 선조가 정명공주를 홍씨 집안과 혼인시키면서 하사한 집이다. 이 교수는 홍씨 6대가 150년간 이 집에 살면서 인테리어와 조경 등을 기록한 문학작품인 <사의당지>를 바탕으로, 당시 한양의 호화주택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김도경 강원대 건축학과 교수는 ‘생활공간으로서 한옥의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한옥의 잠재 수요층을 겨냥해 수요자 입장에 맞춘 한옥의 생산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앞서 ▷문화재 한옥 ▷현대의 전통한옥 ▷건축가에 의한 현대 한옥 ▷한옥의 조형적 요소를 차용한 건축물 ▷현대 건축물내의 한실 ▷온돌 난방방식을 가진 모든 집 ▷자연 친화적 건축 등 전봉희 교수의 여섯가지 한옥 분류를 상기시킨 김 교수는, 한옥을 ‘전통적인 구법과 형태를 지닌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살기를 희망하는 일반인들의 보수적이고 모순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 줄 필요성”도 주지시켰다.

마지막으로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대표는 ‘한옥의 새로운 형상에 관하여’란 제목으로, 기존 한옥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형태의 보급을 고려해 온 조 씨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조 대표는 “요즈음 경향을 보면 건축주가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확실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건축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으로 보이는 추세인 만큼 우리(건축가)의 자세에 따라 한옥의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012 auri 국가한옥센터 제1차 한옥포럼이 열렸다. 한국역사학회 회장인 김봉렬 한예종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사회로, 통일신라 이후의 건축을 연구하는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아우리(auri)의 연구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김상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기획조정실 실장, 정부의 한옥 R&D 및 관련 법제도를 총괄하는 ▷김성호 국토부 건축문화경관 팀장, 문화재 보수설계 및 혜화동 동사무소의 설계자인 ▷윤대길 조선건축사사무소 소장,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의 근대도시를 연구하는 ▷전우용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교수 등이 참가해, 이종목↔전우용, 김도경↔김상태, 조정구↔윤대길 순으로 지정토론을 벌였다.

전우용 교수는 이종목 교수에게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등으로 급변했던 18세기 이후 조선의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대부의 주거문화의 한계를 지적했으며, 김상태 교수는 김도경 교수가 주장한 ‘모순과 인식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어 윤대길 소장은 조정구 소장에게 ‘과연 지금의 현대한옥 작업이 새로운 것인지’를 반문하며 미래건축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직언했다.

이에 김도경 교수는 “생산자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자 입장에서 한옥에 접근해야 모순으로 점철된 현대한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에서 타협점을 찾아 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양한 소비계층에 맞게 시장성에 따라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조정구 소장은 “현대한옥을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전통을 얼마나 존중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라며, “이를 통해 미래주거로서 한옥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2천년 역사의 고유한 온돌문화가 한옥의 현대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과 집합을 이룰 때 제 빛을 발하는 한옥의 가치 등이 논의에 올랐다.

이에 대해 전우용 교수는 한옥타운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거에는 집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하고 골목단위로 방범과 방화 공동체가 만들어져 있었다”며, “‘나’에서 ‘우리’라는 개념으로 확대해서 문제를 바라봐야 현대한옥의 결함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바돌로뮤 씨는 “한옥에 사는 것은 우풍만 해결되면 문제가 없다”며, “한옥의 보급화를 고민하면서 정작 수리비용이 적게 드는 개보수 대신 신축만을 언급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특수한 보존지구(북촌) 외에는 한옥이 방치돼 지금도 재개발 앞에서 멸실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위기의식을 촉구했다.

한편, auri는 올해 ‘생활공간으로서의 한옥, 가치와 전망’이라는 대주제로 ▷제2차(5.14) ‘한옥, 도시주거로 작동할 수 있는가?’ ▷제3차(9.14) ‘한옥대량보급을 위한 기술, 어디까지 왔는가?’ ▷제4차(11.12) ‘한옥의 일상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등 총 4회의 포럼을 주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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