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모래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논단> 모래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 승인 2003.01.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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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모래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 흔했던 모래가 부족하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현재 모래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전망이다. 모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이유는 부존 자원의 고갈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규제가 급속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대량으로 건설된 댐과 수중보 등도 모래 부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팔당댐만 하더라도 수도권 1년 사용량이 수몰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댐은 상수원이기 때문에 모래 채취가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강모래도 많았다. 불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수도권의 경우 한강 미사리에서 공급되는 모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만호 주택 건설을 기점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바다모래가 지금은 필수 자원이 된 지 오래다.
모래 사용량 가운데 바다모래의 점유비는 전국적으로 45%, 수도권의 경우는 60%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바다모래의 안정적인 공급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서 환경 영향 평가와 해역 이용 협의를 강화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지자체에서 바다모래의 채취 허가를 불허하면서 바다모래 의존도가 큰 경남 지역에서는 모래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다모래의 채취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바다모래가 부존되어 있는 지역은 대부분 유속이 빠르고, 협곡 지역이기 때문에 저서생태계(benthic ecosystem)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건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바다모래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채취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 환경과 조화되는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예를 들어 바다모래 채취 구역을 수 개의 블록으로 나누고, 연차별로 돌려쓰는 안식년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 어류 산란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 12해리 밖의 모래 퇴적층을 새로이 개발하거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바다모래 채취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바다모래의 채취 총량제를 구상하기보다는 각 권역별로 바다모래의 채취 작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바다모래를 채취할 수 있는 해역 혹은 바다모래 채취 금지 구역을 배타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볼 때 바다모래의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환경 보호에 대한 논의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며, 부존량도 장기적으로 한계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해양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인천 옹진군 지역의 바다모래는 이용 가능량이 20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새로운 모래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중국으로부터 모래를 수입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그런데 중국산 모래는 물류 비용이 과다하여 국내산보다 2배 이상 고가(高價)라는 단점이 있다. 안정적인 수급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로서는 대량 수입을 통하여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도 평택이나 경남 김해, 제주도에 수입 모래를 위한 전용 부두를 신설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대체 자원의 개발에도 노력해야 한다.
바다모래의 대체 자원으로는 석산골재 개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순모래나 육모래, 산모래, 재생모래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우선, 부순모래는 현재 모래 사용량의 1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나, 더욱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
유럽쇄사생산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모래 사용량 가운데 부순모래의 점유비가 30%를 넘는 국가가 5개국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부순모래의 비중이 55%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부순모래의 점유비를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일본의 예를 보면, 총 모래 사용량 가운데 바다모래는 25% 수준에 불과한 반면, 육모래가 40%, 산모래가 3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모래의 공급 부족에 대처하여 하천의 고수부지나 제방 및 제내지(堤內地) 내에 부존되어 있는 육모래의 개발이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육골재의 매장량이 풍부한 지역을 골재채취단지로 지정하고, 채취 규제를 크게 완화하여 육골재 자원의 집중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원활한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골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 건설업계와 골재업계를 중심으로 골재 자원의 중요성에 대하여 널리 홍보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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