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콜렉션(2) 구로 어린이 한옥도서관
현대건축콜렉션(2) 구로 어린이 한옥도서관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01.16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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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설의 새로운 가능성

공공시설의 새로운 가능성
구로구립 글마루 어린이 한옥 도서관 / 조정구

 

▲ 주변 아파트에서 본 구로 어린이 도서관. 서원을 연상시킨다. ⓒ박영채
한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간과 사람의 친밀성 확인

한옥의 보편성은 전통적으로 주어진 기능 이상으로 현대의 다양한 요구 수용할 수 있어

글마루 도서관은 크게 ‘ㄷ’자로 된 어린이도서관과 중정, 그리고 회랑이 있는 마당, 다시 마당을 중심으로 전개된 한옥체험관으로 구성된다.
대지는 인접한 중학교 경계를 따라 남북으로 긴 모양인데, 도로를 면한 쪽으로 공적인 도서관을, 안쪽으로는 친밀한 느낌의 한옥체험공간을 배치하고, 두 한옥 사이에 마당을 두어 회랑으로 연결했다.
회랑은 벽이 없는 기둥과 동판을 얹은 지붕으로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아이들이 책을 보는 동안 엄마가 또는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이라는 경직된 공간에서 벗어나 마당을 바라보면서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한옥체험관에는 전통 민가의 대청과 안방, 문간, 누마루 등을 두어 아이들이 다양한 공간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체험관은 어린이보다 어린 유아들이 서당 교육을 통해서 예절도 배우고 우리 문화를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길 쪽에는 2층에 다목적 강당을 두어 영화상영이나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게 했으며, 서고 위쪽에 다락을 두고 따로 계단을 두어 ‘아지트’같은 아이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아트리움으로 실내화 된 마당
도서관 건물은 마당을 중심으로 투명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목재로 아트리움을 짜서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서고 쪽 해가 잘 들지 않는 부분에는 천창을 두어서 채광을 확보했다.
아트리움은 날씨에 관계없이 마당에서 다양한 실내 활동이 가능해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이곳에서 가능하다. 그렇게 도서관 공간의 중심으로 삼아 아이들이 돌아다니며 마당과 대청, 다락방과 마루, 안방과 누마루 등 한옥의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지트, 어린이들의 로망, 다락

▲ 해인사 장경판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2층 다락 공간. ⓒ박영채

2층 한옥을 계획해서 세미나실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다른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는 다락공간을 배치했다.
아지트, 우리도 어렸을 적의 로망이었다. 본부를 만들고 아지트를 만드는 그런 개념. 이처럼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숨어서 놀거나 책도 볼 수 있는 공간을 2층 다락에 계획했다. 단면으로 그리면 가운데 마당을 실내화해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마당이 외부와 소통을 하고, 실내에선 다락이 입체적으로 연계돼 다양한 시선을 가지면서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의 공간 감각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계획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서관, 우리 동네 서원
주변을 지나가던 이들이 글마루 도서관을 보고 ‘우리 동네에 서원이 있네’ 하고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옥체험관의 프로그램도 탓도 있겠지만 종종 서당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우연은 아니다. 작가는 공공건축으로서의 한옥이 현대도시에서 가져야 할 얼굴, 면모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채가 되는 부분을 비워 건축의 격식을 강화하고, 전면에 2층 한옥을 줌으로 해서 도시외관에서 한옥이 갖는 위용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건축이란, 생활이 묻어있는 곳

▲ 전통한옥의 공간을 살려 마당 안쪽에서 마련한 한옥체험관 내부. ⓒ박영채

작가는 단순한 어린이도서관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실제로 강의실과 다목적실 등은 이용이 굉장히 활발하다고 한다. 영화 상영을 하는 날이면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30분 전에 미리 와서 책을 보다가 다시 영화도 본다고.
다락에는 보통은 십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건축가의 짐작과 같다. 어린이들은 다락에 모여서 책을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회랑은 가운데 있다. 이따금 블로그를 통해서 “도시락을 싸와서 회랑에 앉아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등의 글을 발견할 때, 회랑의 쓰임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한옥이 공공건축이 될 때

그러나 도서관은 이용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건축은 발주자/건축주, 관리자, 사용자가 모두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이 건축주인 한옥 주택과는 고려되어야 할 사안의 범위가 아주 다르다.
이를테면 서고, 수장, 동선, 가구배치 등의 문제는 한옥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반적인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한옥으로 지은 본래 취지가 상실되고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 부분에서 건축가는 “한옥의 현대화에서 볼 때 하나의 과제이고, 한옥을 공공건축(시설)로 설계할 때는 특히 더 건축가와 시설담당자의 사전협의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크레딧 | 설계 및 감리 조정구ㆍguga도시건축 / 시공(주)HD토건 / 건축주 구로구청 / 건축사진 박영채
■건축개요 | 교육연구시설 / 구로구 개봉동 105-24 / 건축면적 880㎡ / 연면적 441㎡ / 건폐율 38.80% / 용적률 50.12% / 규모 2층 / 높이 9.3m / 한식 목구조 / 설계기간 2008. 9 ~ 2009. 2 / 공사기간 2009. 3 ~ 2010. 1

▲ 공공시설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격식을 강화한 전면부.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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