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용 | 한ㆍ일 건축교류전 총괄기획
임재용 | 한ㆍ일 건축교류전 총괄기획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1.12.16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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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건축으로 매개한 韓日 문화교류, "한ㆍ일 건축교류전"

일본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에서 ‘한국 현대건축 아시아전-일본전’(이하 한ㆍ일 건축교류전)이 열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한ㆍ일 건축교류전을 총괄기획한 건축가 임재용(건축사사무소 O.C.A 대표, 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 씨를 통해 현지 소식을 전해 듣기로 한다.
이 전시는 ▷곽희수 ▷김동진 ▷강원필+김승회 ▷김찬중+홍 택 ▷김 헌 ▷문 훈 ▷민규암 ▷민성진 ▷신창훈+장윤규 ▷유현준 ▷서준혁+윤승현 ▷김정주+윤웅원 ▷임재용 ▷조정구 ▷최 욱 ▷한형우 씨 등 현재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50대 이하의 중진 건축가 16팀이 참가했다.
일본은 미국(7명)에 이어 5명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한 건축 강국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일본은 서양건축의 본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을 제치고 아시아의 유일한 수상 국가로서 힘을 과시한다. 이는 일본건축전문가 데이나 번트록(미국 버클리대학) 교수가 발표한 논문 ‘프리츠커 강국 일본’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입지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칡과 등나무 같은 관계에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태평양에서 강타한 지진해일의 여파로 현재 일본 건축계는 전보다 더 재난에 대비한 건축에 몰두하고 있다. 그야말로 양국 간 관계에서도,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도 이번 전시는 건축 이슈의 중심에 선 나라에서의 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건축 토양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다. 일본은 반세기 동안 건축을 국가 브랜드 자산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육성ㆍ수출해 왔다. ‘프리츠커 강국’이란 타이틀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토목건설 중심의 토양에서 오늘의 수준까지 온전히 스스로 끌어올렸다. 지원사격의 수준으로만 비교한다면 한국 건축계의 성취가 결코 일본만 못하다고 할 수 없다.
건축이란, 아파트ㆍ빌딩ㆍ각종 시설 같은 물리적으로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단순행위가 아니다. 그 각종 시설 안에 들어가는 사용자 즉,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행동패턴과 조직, 사회적 구조를 최적의 상태로 담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때문에 설계와 시공이라는 물리적 행위에 예술성뿐 아니라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찰이 전제되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은 그 사회의 오늘과 지금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거울이자 현상을 집약한 응집체가 된다.
따라서 건축전, 특히 국제 교류전이나 순회전은 각 국가와 문화권의 당대 이슈와 주제의식을 담고 또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들어본다. 한국건축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일본 교류전을 연 과정과 배경, 한국과 일본 건축계가 함께 모색하려는 바와 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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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에서 ‘한국 현대건축 아시아전-일본전’(이하 한ㆍ일 건축교류전)이 열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한ㆍ일 건축교류전을 총괄기획한 건축가 임재용(건축사사무소 O.C.A 대표, 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 씨를 통해 현지 소식을 전해 듣기로 한다.
이 전시는 ▷곽희수 ▷김동진 ▷강원필+김승회 ▷김찬중+홍 택 ▷김 헌 ▷문 훈 ▷민규암 ▷민성진 ▷신창훈+장윤규 ▷유현준 ▷서준혁+윤승현 ▷김정주+윤웅원 ▷임재용 ▷조정구 ▷최 욱 ▷한형우 씨 등 현재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50대 이하의 중진 건축가 16팀이 참가했다.
일본은 미국(7명)에 이어 5명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한 건축 강국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일본은 서양건축의 본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을 제치고 아시아의 유일한 수상 국가로서 힘을 과시한다. 이는 일본건축전문가 데이나 번트록(미국 버클리대학) 교수가 발표한 논문 ‘프리츠커 강국 일본’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입지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칡과 등나무 같은 관계에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태평양에서 강타한 지진해일의 여파로 현재 일본 건축계는 전보다 더 재난에 대비한 건축에 몰두하고 있다. 그야말로 양국 간 관계에서도, 세계적인 흐름 안에서도 이번 전시는 건축 이슈의 중심에 선 나라에서의 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건축 토양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다. 일본은 반세기 동안 건축을 국가 브랜드 자산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육성ㆍ수출해 왔다. ‘프리츠커 강국’이란 타이틀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토목건설 중심의 토양에서 오늘의 수준까지 온전히 스스로 끌어올렸다. 지원사격의 수준으로만 비교한다면 한국 건축계의 성취가 결코 일본만 못하다고 할 수 없다.
건축이란, 아파트ㆍ빌딩ㆍ각종 시설 같은 물리적으로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단순행위가 아니다. 그 각종 시설 안에 들어가는 사용자 즉,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행동패턴과 조직, 사회적 구조를 최적의 상태로 담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때문에 설계와 시공이라는 물리적 행위에 예술성뿐 아니라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찰이 전제되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은 그 사회의 오늘과 지금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거울이자 현상을 집약한 응집체가 된다.
따라서 건축전, 특히 국제 교류전이나 순회전은 각 국가와 문화권의 당대 이슈와 주제의식을 담고 또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들어본다. 한국건축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일본 교류전을 연 과정과 배경, 한국과 일본 건축계가 함께 모색하려는 바와 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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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산, 정부차원 정규예산 편성 시급"

 

"올해는 맛배기, 내년에 본격 '교류전'
국가적 어젠다 고려해 양국 공통주제 모색
문제는 예산, 정부차원 정규예산 편성 시급"



- 기획의도. 일본에서 열린 한국 건축전은 이번이 처음인가?
개인전은 있었으나 한국 건축가 21명이 함께 전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새건축사협의회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작년 상해 전시 이후 두 번째 아시아전이지만, 상해전의 순회전이 아니라 한ㆍ일 교류전의 형태로 기획된 새로운 전시다.
그러나 일본 측이 2011 세계건축가연맹(UIA) 총회를 동경에서 치르느라 여력이 없었고, 쓰나미의 여파로 전시 준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건축을 일본에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한ㆍ일 교류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 요코하마 ‘뱅크아트 1929’에서 개최한 배경은.
BankART 1929(관장 Osamu Ikeda)는 일본 측 커미셔너 소가베 마사시(Masashi Sogabe) 씨가 추천한 공간인데, 공장과 창고 등을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으로 세계적인 10대 아트 팩토리(ART FACTORY)에 들어가는 멋진 전시장이다.   

- 참여작가, 전시주제 및 컨셉 등 소개.
작년 상해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주제는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이번엔 어떤 특정 주제를 설정하는 것 보다는 작가들의 작업을 그대로 들어냄으로써 일본에서 한국 현대건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New Horizon in Korean Archi-tecture: 한국건축의 새로운 지평’으로 주제를 정했다.    
전시방법은 전시공간의 성격에 맞췄다. 전시장이 비교적 넓고 천정이 높아서 도면과 모형 위주의 일반적인 전시 방법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전시장 조도를 낮춰 16팀의 건축가가 각각 빔 프로젝터로 영상전을 하고, 그 안에서 빛이 투과되는 반투명의 전시 테이블에 모형을 전시하는 입체적인 전시 방법을 택했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영상이 전시공간을 꽉 채우게 되는데 관람객들은 하나하나의 영상을 보기 전에 전시공간에 들어서면서 빛과 영상의 공간을 먼저 느끼게 된다.

▲ 전시장 전경. '한국건축의 새로운 지평'이란 주제로 16팀의 중진 건축가들이 빛과 영상전을 펼쳤다. / 사진제공 임재용


- 일본 측 참석자는, 내년 전시와 연계 방향은.
내년 교류전에는 10명 정도의 일본 건축가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올해 개막식에는 ▷Osamu Tsukihashi(간사이6 멤버) ▷Katsuhiro Miyamoto ▷Yanagisawa Jun ▷Tezuka Architects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건축가들을 포함해 4명이 참석했다. 또 요코하마 시 아트디렉터의 개막식 축사를 들으면서 이 도시가 얼마나 문화적인 시각에서 건축을 인식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년 서울에서 열릴 한ㆍ일 건축교류전은 단지 결과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건축가들이 공통의 주제를 걸고 함께 고민해 그 결과를 전시했으면 한다. 워크숍 등을 구상하고 있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 한ㆍ일 교류 1차전 개최 소감.    
이번 전시는 교류전의 성격이 아니고 한국 건축을 일본에 소개하는 전시회여서 일본 측 커미셔너 이외에는 일본 작가들과 특별한 교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전시회 오프닝에서 일본 건축가들의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다. 물론 처음 물고를 트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한 구석에는 약간의 섭섭함이 있다.
요사이 일본 건축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쓰나미 이후 복구다. 다른 여러 가지 건축적 화두는 현재 그들에게는 사치스러워 보인다. 거의 금기시 된다고나 할까.
일본 측에서는 내년 전시 주제를 ‘재난과 건축’으로 하자고 제안해 왔다. 천재지변과 재해 상황에서 건축가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이슈지만 한국 측 참여 건축가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국가적 어젠다와 관련된 문제인만큼 신중하게 논의해 내년 전시 주제를 결정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이 전시는 건축을 통한 문화적 교류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시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규 예산에 편성돼 있지 않다.
토토기금에서 매년 배정되기 때문에 매년 예산 규모가 달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2012년도 예산은 이미 신청을 마친 상태고 내후년에는 정규 예산을 배정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 전시를 한ㆍ일 교류전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아시아性’을 찾는 쪽으로 범위를 넓혀 볼까 구상중이다.
아시아 각국의 건축가들이 서울에서 아시아 건축의 정체성에 대해 토론하고 전시 한다면 의미 있은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예산이 허락한다는 전제 하에서.
 

▲ 개막식날 한국 측 참여작가들과 관계자들. / 사진제공 임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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