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최저가입찰 부정당업자 제재에 대한 소고
긴급진단 | 최저가입찰 부정당업자 제재에 대한 소고
  • 김성근 변호사
  • 승인 2011.12.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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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최저가 낙찰제 도입시, 주관적 심사에 따른 서류위조·뇌물제공 등 위법행위 줄어…”
 

최근 조달청은 최저가입찰과 관련해 입찰참가자들이 절감사유서에 첨부된 서류 가운데 발주기관 감독의 확인서, 세금계산서 등을 위조했다는 이유로 무려 70여개의 건설회사에 대해 국가계약법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했다.
즉 조달청은 국가계약법상 서류를 위조하여 입찰에 참가한 자에 대해서는 6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서류를 위조하여 낙찰받은 자에 대해서는 1년의 입찰참가자격을 부과해야 하는데, 계약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3월 내지 9월 상당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한 것으로 보도됐다.
향후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역시 최저가입찰과 관련해 서류를 위조한 입찰자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를 부과하거나 면책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최저가입찰과 관련하여 서류위조라는 위법행위가 발생한 원인에 대하여 입찰제도상의 문제라든가 입찰자의 도덕성의 문제라든가 하는 등 저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분석을 달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적격심사낙찰제에 이어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된 경위 및 그 변천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이므로 이하에서 간단하게 살펴본다.

■3~9월 부정당업자 제재 허위서류 무더기 적발
정부는 1990년대 중반 삼풍백화점의 붕괴와 같은 대형건설사고의 발생에 따른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에서 가격 이외에 다른 요소를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소위 적격심사낙찰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이러한 적격심사낙찰제는 예정가격의 88% 상당을 기준으로 해 가격점수를 산정하는 구조여서 그 전제조건으로 예정가격의 비공개 및 입찰참가자들의 PQ변별력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건설업 면허제도가 등록제도로 변경되면서 건설업체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적격심사제 시행이후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하게 됨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시공능력이 급격하게 향상됐다.
특히 정부의 지역건설업체의 보호라는 명목하에 도입된 지역제한제도 및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 지역가점제 등의 도입으로 PQ의 변별력이 현저히 약화됐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정부가 예정가격의 공개를 결정해 발주기관이 작성한 20여개의 예정가격 가운데 입찰자들이 4개를 추첨해 그 평균금액을 예정가격으로 결정하면서 적격심사낙찰제는 예정가격을 맞추는 운에 의해 좌우되는 소위 운찰제로 변질된다.
이에 일부 건설업체 및 연구기관들이 다시 소멸된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위와같은 여론에 따라 2000년대 중반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기 위해 발주기관 관계자, 건설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로 소위 TF팀을 구성했고, 필자 역시 여기에 참가해 최저가낙찰제도의 도입여부 및 시행방법에 대해 협의했다.
이러한 최저가낙찰제도는 최저가투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기 때문에 발주기관이 예상한 금액 이하로 계약이 이행될 우려가 있어 덤핑투찰에 따른 부실문제, 입찰자들이 최저가로 내려가는 경쟁을 하기 때문에 무모한 출혈을 방지하기 위한 담합문제가 구조적으로 내포돼 있어서 이를 방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적격심사낙찰제의 문제, 즉 운찰제 역시 방지해야 할 정책적 과제가 있었다.
특히 덤핑입찰에 따른 부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저가심의제도인데, 당초 저가심의제도와 관련해 주관적 심사항목을 도입할 것인지 여부가 논란이 됐고, 필자는 현재의 건설업의 현황 및 입찰행태에 비추어 절대 도입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모두 주지하는 바와 같이 주관적 심사제도가 도입돼 시행됐고, 이러한 주관적 평가와 관련해 입찰자들은 절감사유서를 작성하고 그에 필요한 서류를 첨부해 절감사유의 적정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감사유서에 첨부된 서류의 작성과 관련하여 입찰자들은 발주기관 감독의 확인서 등을 위조한 것이다.

■주관적 심사제도 시행 절감사유서 서류위조 성행
이처럼 입찰자들이 확인서 등을 위조한 것은 당해공사를 낙찰받기 위한 것이고, 당해공사를 낙찰받은 것은 일부 입찰자의 경우 생존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입찰자의 경우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나, 이는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확인서 등을 위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위반행위자들은 확인서 등을 위조하지 않으면 당해공사를 수주할 수 없는 입찰제도, 즉 주관적 저가심의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법률가들이 보기에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세상이 어렵다고 하여 살인이나 강도, 절도행위가 모두 합법화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며, 국가계약법 등에 의해 규율되는 정부공사 입찰영역이 절도, 방화, 강간 등이 수시로 발생하는, 주제 사마라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위반행위자들에게 면책결정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적격심사입찰에서 단 한번의 허위서류를 제출했다고 하여 무려 6월내지 1년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업체들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수차에 걸쳐 지속적으로 서류를 위조해 가중 처벌돼야 할 업체들이 면책되거나 9월의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위반행위자들 일부가 조달청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제기하면서 변호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한민국 상위 6개 로펌에만 사건을 분배하겠다고 상호 합의해 결정하자 다른 입찰자들 역시 이에 따랐다는 것이다.
필자는 일부 상위등급 건설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담합할 수 있고,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건설업계의 관행은 아니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조달청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상위등급 건설업자 ‘불복소송’상위6개 로펌에만 사건분배
아무튼 필자로서는 최저가낙찰제와 관련해 이와 같은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저가낙찰제에서 저가심의제도, 특히 주관적 심사를 배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이제는 최저가 투찰자가 낙찰자가 되는 순수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본다.
순수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되면 주관적 심사에 따른 서류위조나 뇌물제공 등의 위법행위가 줄어들어 입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제고되고, 저가심의에 따른 운찰도 불가능해 입찰의 경쟁력도 확보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덤핑입찰에 따른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이행보증금을 차등화하고 경쟁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등급제를 보완, 확대 시행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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