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대주의 비판에 아랑곳 않는 용산
기술사대주의 비판에 아랑곳 않는 용산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1.12.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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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계적인 건축의 거장’으로 도배된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해외 설계사들과 이들의 로컬 파트너들이 3개월 동안 작업한 컨셉 디자인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보도자료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잠시 빨간 등을 켜야 할 것 같다.

용산 개발의 모토는 한 마디로 ‘리스크는 모두 차단한다’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에 있다.

모기업의 신용에 근거한 금융조달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담보로 하는 PF는 사업성이 곧 생명, 따라서 수익에 위배되는 것은 수용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 리스크로 간주되며,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패턴 역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 있다고 읽힌다.

지난 9월 용산 설계를 통째로 해외 건축가들에게 맡긴다는 보도가 나가자 건축계는 ‘기술사대주의’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사실 업계 이기주의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이란 카피가 상징하는 바, 사업성 향상을 위한 맹목적인 공략을 적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용산은 ‘국가적, 역사적’이란 수식어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서울뿐 아니라 범국민적인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수도 한 가운데에, 세계적으로 다시는 찾을 수 없을 도심 내 개발사업 규모에, 중국, 일본, 미국으로 나라만 바꿔가며 수백 년을 외세가 점유해온 역사의 땅이다.

이런 용산이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온전히 이 나라 주권자들의 손에 넘어오는 시점이 지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산을 단지 '한강변의 스카이라인'과 같은 현혹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과연 이 땅이 사업성과 리스크로만 접근해도 좋은 지역인지, 공간의 재편성에서 때로는 반드시 우선시 돼야 할 공공의 가치가 바로 용산에서 성립해야 하는 것 아닌지 다시 묻는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들이 의도한 고수익에 도달할 지 기자는 의문이다.

각 계에서 현재 제기되는 문제와 이견을 청취하고 응답하는 것이 곧 리스크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상승요인이 될지, 용산이란 거대한 프로젝트가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적이 사례가 될지 아니면 역사적인 실패사례가 될지, 아직도 재고하기에 늦은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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