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A 총회 유치, 자축만 할 때 아니다
UIA 총회 유치, 자축만 할 때 아니다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1.10.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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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서울건축문화제 폐막을 하루 앞두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에서 집행위원장 곽재환(칸건축) 대표 및 실행위원 김능현 홍익대 교수와 동석했다.

같은 기간 동경에서는 2011 UIA 도쿄 총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서울건축문화제 프로그램에 국제전과 영상전을 기획해 2017년도 대회 유치를 위한 양동작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내일 아침’이면 뚜껑이 열리는 순간, 기대 반 초조 반. 이튿날 오전 김능현 교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축! UIA 서울 유치 성공’.

언론에서는 평창에 이은 쾌거라며 빠르게 이 소식을 전한다. 건축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물론 기자도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한국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져가는 것이 사실이구만.’

그러나 한켠에서 “4천여억원의 경제효과와 5천여명의 고용효과, 3만여명의 해외관광객, 건축계 최대 행사”라는 문구가 징을 울린다.

한국은 바로 이런 양적 팽창이 낳은 문제로 포화상태에 이른, 20세기 서구 열강의 식민역사를 극복한 동아시아 신진도상국의 대표주자다.

8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서 비롯했지만 사실상 서울시의회와 벌인 예산전쟁에서 백기를 든 것이고, 그 이면에는 광화문광장, 한강르네상스, 서해뱃길, 디자인서울, DDP 등 오세훈표 도시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곧 있으면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이 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는 대척점에 있는 여야 후보들이 오 전 시장의 개발사업을 실정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만은 1차적인 입장이 다르지 않다.

서울시정에 도시마케팅과 건축문화, 환경디자인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오세훈 시장의 실패, 그 동기의 순수성을 묻기 전에 그의 실패가 가져올 후폭풍, 이것이 건축계 내부 문제와 얽힐 때 생성될 여파를 생각하니 과연 지금 경축 나팔을 불어도 좋은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의 건축 수준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표면적으로는 독일과 미국 등 유명 갤러리에서 한국의 건축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해외에 진출한 젊은 건축가들이 ‘세계적인 건축상’을 수상하며, 서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이 수없이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건축을 실행하는 자의 명칭이 건축사인지 건축가인지, 그들이 하는 일이 허가방인지, 도면쟁이인지, 디자이너인지 건축법에서 조차 정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건축계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개선해야 할 문제는 멀미가 날만큼 태산이다.

우선 건축계를 대표할 협회의 통합이 급선무다.

법제와 학제 확립 또한 못지않게 시급하다. 이런 기본적 체계를 다진 후에 건축사의 과중한 의무에 반해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는 권한에 대한 단계적인 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도시와 건축의 선진화에 이르는 길이라 생각된다.

2017년에 서울에서 UIA 세계건축대회가 열린다. 6년 남았다. 2017년은 건축계의 구조를 개선을 위한 D-day가 되기에 최적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이 소중한 6년의 기회가 헛되지 않게 중심이 될 어젠다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강력한 조직체가 마련돼야 한다.

지난 1일은 한국 건축사에 길이 기록될 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진정한 쾌거는 이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내외부적으로 건축계를 고사케 하는 부조리를 극복할 때 비로소 완성되지 않을까.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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