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터진 건설비리, 각성하자
또다시 터진 건설비리, 각성하자
  • 양기방 편집국장
  • 승인 2011.05.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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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건설단체 기관장들이 손에 손을 잡고 사이좋게 만세를 하거나, 꽈배기처럼 손을 배배 꼰 다음에 사진기를 보고 헤벌쭉 웃는 일이 있다.

이 수상한 행사의 정체는 대략 ‘청렴협약식’이다. 국토부, 건설단체, 공사 등의 단체장이 바뀌거나 새해 또는 연말에 개최하고 있다. 가식 충만하게 진행되던 행사는 “건설업계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온 몸을 바친다”라는 구호를 정점으로 끝이 난다.

부정적인 건설업계의 인식제고라는 취지로 잊을만 하면 치러지는 청렴협약식은 그러나 “얼마나 부정부패가 많으면 우리가 깨끗하다고 외칠까”하는 국민적인 조롱을 받는다.

야생의 세계와 같다는 20세기 건설시장에 비교하면 최근 건설산업의 청렴도는 상당부분 높아졌다. 하지만 타 분야의 청렴도를 건설업계가 따라가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인 상황이다.

건설입찰에서 정성적인 심의가 이뤄지는 턴키, 민자사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공공연하게 로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천안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하수관거BTL사업 심의위원 명단을 빼냈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국방부BTL에서는 공군장교 17명이 건설사로부터 상품권, 아이패드, 법인카드 등의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구속된 바 있다.

문제는 수년간 100건 넘게 추진된 하수관거BTL사업에서 과연 포스코건설만 비리를 저질렀냐는 것이다. 게다가 수백만원 정도의 상품권을 받는 정도는 억단위가 넘어가는 턴키로비에 비하면 하찮다는 느낌마저 같게 될 정도로 건설업계는 로비에 무뎌져 있다.

일각에서는 입찰과 관련 로비를 하지 않기로 선언한 H건설사가 최근 턴키시장에서 고전하는 것만 봐도 건설업계 로비가 얼마나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 9촌 조카의 분양권대행, 아파트분양 사기 문제가 불거지고, 손윗동서는 4대강사업 하도급공사 수주, 공기업 취업알선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여기에 “떠나는 자는 말이 없다”며 돌연사의를 표한 정창수 전국 토부제1차관은 부산저축은행에서 불법인출혐의를 받고 있다.

아무리 모여서 청렴을 강조해도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비리, 뇌물, 담합 기사로 인해 건설업계는 국민들로부터 ‘비리공화국’이란 지탄을 받고 있다. 포털뉴스를 검색하다보면 건설과 관련됐다면 아무리 긍정적인 기사라도 욕부터하는 댓글이 난무하다. 이에 대해 건설위정자들은 과연 그들에게 ‘잘 알아보고 비판해라’라고 지적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건설업계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자체혁신없이는 ‘건설=비리’라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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