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수주, 치졸한 강자의 논리
싹쓸이 수주, 치졸한 강자의 논리
  • 양기방 편집국장
  • 승인 2010.11.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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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건축의 불황으로 올해 말 건축업계에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한다는 소문이 무성이다. 중견사는 회사전체가 존폐 위기에 봉착하고, 대형사는 건축사업부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것.

민간건축이 위축되자 공공건축시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이 발생했다. 중견사들의 무대였던 학교BTL사업에 상위 10위권의 중대형사는 물론 BIG5라는 대형사까지 참여한 것. 사실 학교공사라는 것이 예전같으면 동네건설사들이나 맡던 동네공사였는데 지금은 매년 수조원을 수주하는 대형사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사업성이 높지 않았던 학교BTL은 건설업계의 계속된 요구로 최근에 사업규모도 커지고 실행도 높아졌다.

대형사가 학교BTL시장에 진출하자 그들의 특기인 로비를 통한 시장장악에 나섰다. 턴키사업 때와 마찬가지로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심사위원들 매수했다. 로비비용도 중견사들이 주도할 때보다 최대 10배까지 뛰어올랐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특히 초

대형 건축BTL사업의 경우에 토목턴키와는 비교도 못할 로비가 이루어졌다는 풍문이다.
해외건설에서 막대한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는 대형사가 굳이 동네공사에 왜 목을 맬까? 이 경우는 회사 전체적인 전략이라기보다 건축사업부 자체의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연말 대량해고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다.

대형사의 시장잠식으로 인해 중견사는 죽기일보직전이다. 중견사의 포트폴리오라는게 주택사업이 대부분으로 학교BTL사업이라도 참석을 하지 못하면 자금과 인력순환이 전혀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 대형사가 영업력을 바탕으로 밀고 들어오니 하나둘 시장을 떠나거나 협력사로 지위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BTL 해봐야 바지’라는 중견사 임원의 탄식이 상황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시장이 활황이던 때에 중견사가 턴키시장에 진출하면 대형사들은 “낮은 기술력을 저가투찰로 극복해 건설산업의 악영향을 준다”라는 논리로 진입장벽을 쳤다. 그렇다면 중견사시장을 잠식하는 대형사의 작금의 행태는 “높은 영업력으로 제값받고 무차별 수주한다” 정도가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아무리 승자의 논리, 강자의 논리가 전부인게 자본주의라지만 최소한 약자가 숨쉴 틈은 줘야하는게 아닌가.

건축부문이 침체라지만 대형사는 대형토목사업을 비롯해 플랜트 등 기술력이 요구되는 사업에서 부각을 나타내며 높은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소규모 학교공사 정도는 중견사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임원의 독단적인 행동이라면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이 BTL시장이 혼탁한데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것도 직무유기고 대형사 봐주기다.

촘촘한 그물로 저인망식으로 싹쓸이 수주를 해 모든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건설기술력을 확보해 해외대형공사를 따내는 것이 대형사의 갈 길이 아닐까 한다.


양기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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