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레미콘 품질의 조기 판정이 필요하다
<논단> 레미콘 품질의 조기 판정이 필요하다
  • 승인 2002.11.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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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레미콘 품질의 조기 판정이 필요한 이유
현재 레미콘의 한국산업규격인 KS F 4009에서는 레미콘의 시험 항목으로서 압축강도, 슬럼프, 공기량, 염화물량의 4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슬럼프 및 공기량, 염화물량 시험은 건설현장에서 시공전에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강도 시험은 4주 양생한 표준 공시체의 압축강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레미콘을 타설하기 이전에 가장 중요한 강도를 확인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만약, 레미콘을 타설한 후 4주 강도시험에서 불합격되었다면, 당연히 해당 부위를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공사 기간이 경과된 후에는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이며, 또한 재시공이라는 것은 발주자나 시공업자 모두 공기(工期)나 코스트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강도가 미달되더라도 부분적인 보수·보강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다.
나아가 레미콘 운반차량 마다 모든 제품의 강도를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행 KS규격에서는 150㎥의 검사롯트(testing lot)를 정하여 샘플링에 의한 품질 검사를 규정하고 있다. 150㎥는 레미콘 운반 차량 21대에 해당한다. 즉, 레미콘 운반차량 21대마다 1번의 압축강도 시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 결과의 대표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건설현장에 반입되는 모든 레미콘을 하역하는 장소에서 즉시 간편하게 압축강도를 판정할 수 없는가에 대하여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조기 품질 판정의 현실
그 동안 건설공사의 발주기관 및 시공사에서는 다양한 검사 방법을 채택하여 가급적 조기에 레미콘의 품질을 판정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레미콘 공장의 제조관리 시험치를 검사한다던가, 건설현장에서 품질시험 빈도를 증가시키던가, 혹은 3일 또는 7일의 조기 재령에서 압축강도를 시험하는 방법 등이 보완적으로 실시되어 왔다.
학계에서 연구 개발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조기품질판정법으로는 씻기분석법, 비중계법, 전기저항법 등 많은 종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기품질판정법은 현재 공사현장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험 방법이 복잡하고,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센서(sensor)를 통하여 물시멘트비나 단위시멘트량 등을 파악하여 압축강도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기술개발을 통하여 염화물량(chloride content) 등은 레미콘의 하역 장소에서 간이센서로 간편하게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품질인 강도·내구성 등을 건설현장에서 즉시 판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또한,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콘크리트 강도의 조기판정법이 현재까지는 보조적인 시험에 불과하며, 제품 품질의 합부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실린더몰드에 의한 4주 강도 시험을 행하면서, 조기강도 판정시험을 추가로 행할 경우, 2중으로 품이 드는 문제점도 있다.

제도화 방안에 대하여
조기 품질판정법을 활성화하기 위하여는 [건설기술관리법]에 관련 규정을 도입하거나 콘크리트표준시방서 혹은 KS규격에 다양한 조기 판정 방법의 종류 및 기준을 정하여 현장에서 레미콘 강도에 대한 조기 합부 판정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기준의 제정에 있어서는 시험 방법 및 기기에 따른 시험 오차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기 판정에 의한 4주 강도의 추정치가 설계기준강도의 80% 이하인 경우를 불합격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있다. 또한, 조기 품질판정법의 일환으로서 3일 강도시험에 의한 4주 강도의 추정도 시험 오차를 고려한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레미콘공장에 자동계량기록장치를 설치하고, 콘크리트의 계량치를 자동적으로 납입서에 기록하여 출하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동계량 기록치에 의한 검사·관리는 가장 합리적인 품질 보증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시공업자 측에서는 레미콘 납입시에 단위시멘트량·단위수량 등의 배합 내역을 확인함으로써 미스 배치(miss batch)를 방지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 사전적인 품질 판정이 가능할 것이다. 이 방식은 납품되는 모든 레미콘에 대하여 간접적인 품질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끝으로 레미콘 품질의 조기 판정을 위한 연구개발이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다. 고강도나 고유동 콘크리트와 같은 재료 측면의 연구 개발도 중요하나,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건설교통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건설기술개발사업과 연계시켜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이 참여하여 레미콘의 조기 품질 판정법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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