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나’ 편한대로 민자사업
대형건설사 ‘나’ 편한대로 민자사업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0.09.06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4년은 계속된 경기호황으로 금융권이 보따리에 돈을 싸들고 민간투자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건설사에게 영업했던 시절이었다. 정부입장에서는 건설사가 높은 이익을 취한다고 생각해 MRG 축소시키고,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흘러넘치면서 경쟁률이 나날이 높아졌다.

이 때 RTB코리아라는 이름의 생소한 회사가 대형민자사업에 참여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대형건설사는 자격도 없는 회사가 민자사업의 물을 흐리고 있다면서 단지 우선협상권을 따내기 위해 설계는 대충하고 가격으로만 승부하고 있어 사업의 부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자사업의 경쟁이 너무 높아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단일화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후 RTB코리아는 화도~양평과 학의~고기리 사업에서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을 제치고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하지만 금융약정을 맺지 못해 국토부와 경기도로부터 우선협상권을 박탈당했고, 아직까지 법정소송 중이다. 대형건설사는 소규모 디벨로퍼의 몰락을 보며 당연한 결과라고 웃었다.

하지만 2010년 민자사업이 나락으로 빠진 시점에서 바라보면 대형사조차 별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중견사가 최초 제안해 사업을 꾸린 민자사업에 대형건설사가 경쟁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쟁제안한 중견사를 혐오했지 않은가.

금융약정이 되지 않는 상황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탓만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호황기때 중견사들의 능력을 무시했다면, 불황기 때 대형사의 능력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국토부 또한 디벨로퍼가 금융약정을 하지 못할 때는 규정에 따라 가차없이 사업권을 박탈했지만, 대형사가 어려움을 호소하니 이런저런 규정을 들어 편의를 봐주고 있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힘의 논리대로 가야한다고 하지만, 자기 편한대로 논리와 행동을 바꾸는 대형사는 꼴사납다.

정장희 취재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