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건설사 직원들의 엑소더스
부실건설사 직원들의 엑소더스
  • 승인 2010.05.27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워크아웃, 법정관리 중이거나 앞으로 예정된 건설사 직원들의 탈출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자의적으로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량구조조정이 다가오면서 어쩔 수없이 해고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을 받고 있는 성원건설만 해도 한때 700명을 넘던 직원이 300명 가량으로 줄었고, 조만간 200명가량 해고가 예정되어 있다.

남양건설, 금호건설, 금광기업, 대우자판 등 이미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곳을 비롯해 S사, N사, P사 등지에서도 속속 자리를 털고 나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로 인해 자의반타의반 회사를 떠나야하는 인원만해도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 노무직이나 현장직도 아닌 관리직급에서 이 같은 숫자가 뿜어져 나올 경우 건설업계는 큰 혼란에 쌓일 것이 뻔하다.

회사를 퇴사한 이들은 대략 3가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괜찮은 길은 건설사로 옮기는 것으로 40대 미만의 과장, 대리급이나 능력있는 임원급 인사가 주 대상일 것이다.

40대 중반의 적당한 업무능력자라면 선택의 폭이 급격하게 좁아진다. 대개 감리단으로 빠지거나 자신이 몸담았던 곳보다 규모가 크게 작은 건설사로 이직이다.

감리단의 경우 연봉이 1천~2천가량 낮은데다, 계약직의 한계로 고용도 불안하다. 이나마도 퇴직자들이 몰려들면 연봉은 더 떨어질 것이고, 고용은 하늘의 별 따기일 공산이 커진다. 이도저도 안되면 노래방을 차리든, 식당을 차리든 해야 하는데, 경기가 바닥이니 쉽지 않다.

사실 건설사의 부실은 임직원 보다 오너에 있다고 봐야 한다. 생각도 없이 고분양가로 아파트만 지어 이익을 챙기다가, 경기침체로 분양이 안 되니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드러누운 것 아닌가. 게다가 주가조작에 편법증여, 횡령 등 온갖 못된 짓만 골라하며 자신의 부만 채웠다.

회사와 임직원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이다.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임직원들은 그저 악덕기업주 밑에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가장이요 건설인이다.

특히 건설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관리직 및 기술자들은 우리나라 건설기술력의 근간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해고당해 건설과 상관없는 곳에서 일할 경우 우리나라 건설기술력은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정부는 부실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불합리, 무리한 사업확장, 경영진의 도덕적해이를 바로잡는데 칼날을 들이대야지 일반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건설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기술자들이 다 빠져나간 대한민국건설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양기방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