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곡된 의식을 심지마라(2001/7/27)
<기자수첩> 왜곡된 의식을 심지마라(2001/7/27)
  • 문성일 기자
  • 승인 2001.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초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발표했던 아파트분양가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나라 전체가 시끌해지고 있다.

이 업체가 밝힌 내용은 분양가자율화가 실시된 이후 금년도의 경우 IMF차관 도입 직전인 지난 97년에 비해 무려 40.4%가 급등했다는 것. 이로 인해 주택업체들이 그동안 엄청난 폭리를 취해왔으며, 상대적으로 저소득층들의 주거안정에 상당한 문제점이 되고 있다고 이 업체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당시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던 언론들은 일제히 주택시장의 투기적 요인이 그만큼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철저하게 왜곡된 시각이다. 이들은 현재 주택시장의 실질적인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데다 정확한 원인분석도 없이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만을 유발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주택은행의 분석자료를 인용, 발표한 지난해와 금년도 서울지역 동시분양 1순위 경쟁률을 살펴보면 강남·북지역의 경쟁률 차이는 작년 2.4배에서 올해 5배로 두배이상 증가됐다. 또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차이는 4.0배에서 24.4배로, 브랜드별 차이는 6.3배에서 9.1배로 각각 커졌다. 그만큼 수요자들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며 전체적인 주택경기가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아파트 전문사이트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평형별 분양 프리미엄도 20평미만의 경우 99년 평당 93만9천원에서 지난해에는 85만9천원으로 떨어졌으며 금년에는 훨씬 줄어든 37만1천원이었다. 또 21∼31평이하는 84만6천원→39만9천원→36만7천원으로, 31∼40평이하는 97만4천원→42만5천원→43만6천원으로 각각 대폭 하락했다. 이는 분양권 거래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형성됨으로써, 전반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현재 국내 주택시장은 극히 국지적으로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이는 결국 주택경기가 과열이라는 표현으로 논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며, 더구나 투기적 수요를 운운하는 것도 주택시장의 흐름과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불과 두달전 당정은 ‘주택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에 시달리자 5.23조치를 내놓았다. 이 조치로 인해 현재의 주택경기가 활황세를 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행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신규물량에만 한정된 이 조치가 주택경기의 실질회복에 대단한 도우미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 이도 없을 것이다. 다만 과거의 규제책으로 인한 그 고통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물론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린다는 우려는 일정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도 얼마만큼이 주택 등 부동산시장에 몰려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외환위기이후 주택공급이 대폭 줄어들어 앞으로도 3∼4년이상 입주물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기존주택을 포함한 집값 상승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치로 인해 재건축 예정단지의 가격이 이상 급등현상을 보이고는 있으나 실질거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며, 이도 극히 극소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분양가 상승은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정도의 차별적·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같은 왜곡된 의식전달로 자칫 주택경기 침체를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문성일 기자 simoon@conslov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