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통일을 그린다.<③ 파급효과 및 전망>
건설산업, 통일을 그린다.<③ 파급효과 및 전망>
  • 이은진 기자
  • 승인 2002.10.28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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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 제2의 국가경쟁력 도약 발판
제조업 공동화 등 산업문제 해소가능
북핵사태, 경협 회생 전환점돼야

남북간 화해협력과 세계평화의 소중한 꿈이 담겨져 있는 남북경협 건설사업들이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남북경협 사업들은 국민들의 숙원인 통일로 가는 한 단계이면서 생산, 교용, 부가가치의 유발효과가 커 기대 또한 높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북한 핵개발로 인한 국제관계 악화, 그로 인한 경협 사업들의 지연, 혹은 무효사태에 대한 우려도 강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핵개발 시인 사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은 있지만 정상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본지는 남북경협사업의 향후 전망과 파급효과를 알아보았다.

경수로, 북핵사태 인해 미궁속으로

경수로 사업은 국제관계가 깊이 연루돼 있기 때문에 이번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과의 합의문 이행과 북한에 대한 한국 표준형 경수로 지원 및 자금조달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94년 체결된 제네바 협의가 이번 북핵사태에 따라 원인무효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대처방향은 한미 양국간 협의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부시 행정부내에서는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하고 제네바 기본합의 무효화를 거론한 이상 미국도 대북중유 제공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 및 대북 경수로 공급문제에 대한 남한 정부와 일본은 일단 북한측의 대응태도를 지켜보면서 당분간 제네바 합의의 틀은 유지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수로 사업은 9월말 현재 24.48%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으며, 북핵사태 발생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KEDO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한미 양국간 협의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2008년과 2009년에 완공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경수로 사업의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생산효과는 4조641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조9천96억원, 고용창출효과는 5만4천300명에 달한다.

개성공단 향후 전망 명암 엇갈려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주가 되어 추진하는 개성공단은 신의주 특구와 함께 북한이 일부 자유경제체제를 도입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더구나 신의주 특구와 달리 북은 부지를 제공, 남한이 주가 되어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기대 또한 높다.
개성공단은 경수로 사업처럼 국제관계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북미관계 긴장으로 인해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규모 임가공이나 교역은 한반도 정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한반도 정세 안정이 전제가 되는 대규모 투자나 합작사업은 북미관계가 급랭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성에서 25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던 개성공단 실무협의회 제1차 회의가 연기되고 차후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반대로 지난 24일 정부가 18명으로 구성된 북측 경제시찰단이 8박9일 일정으로 남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혀 남북관계 전망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95년 이후 두 번째인 이번 북측 경제시찰단 방문이 남북경협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 접촉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기본법을 11월 중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북측은 특히 개성공단의 출입, 통관, 관세, 재산권 보호, 특구내 활동 등을 신의주 특구 수준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개성 산업단지 건설계획이 추진될 경우, 총 생산유발 효과는 남한에 2조2천782억원, 북한에 3조3천914억원이 발생하고, 총 고용유발효과는 남한에서 2만2천347명, 북한에서 3만9천30명에 이르며 총 부가가치유발효과는 남한에 1조3천667억원, 북한에 1조1천680억원에 달한다.
또 개성 산업단지 개발은 개성직할시 인근 지역과 남한 경기 북부 지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북한의 경우 ▷개성직할시의 주거 수준 개선 및 도시화 급진전 ▷개성∼해주 경제권 확대 ▷서해안 지역의 산업화 촉진 ▷개성지역의 북한 주요 내수 상품 공급지로 성장 등이 예상된다.
남한의 경우에는 ▷경기 북부 지역의 대북 물류유통 기지화와 수도권 배후 복합 관광 도시화 ▷서울∼문산 지역 교통망 확충 ▷접경 지역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 등의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성산업공단은 산업의 직접적인 발전 외에도, 북한은 산업구조 재편의 구체화, 경제 개발 모델 응용, 동북아 시장 진출 확대 등을 겨냥하고, 남한은 정보 파악 선점 효과를 발휘해 대북 및 동북아 진출 전진 기지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의선·동해선, 남북경협 기반 공사

지난 9월 18일 남과 북이 공동으로 착공식을 가져 온 국민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던 남북간의 경의선·동해선 연결 공사는 착공식 이후 지뢰제거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남북교통팀 관계자는 최근 북핵사태가 발생했지만, 경의선·동해선 연결공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보다 DMZ 공사구역이 적은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안쪽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하는 등 경의선·동해선 지뢰제거 공사를 상당부분 진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 병력이 지난 19일부터 경의선과 동해선 양쪽 지역에서 군사분계선(MDL)과 북측 철책선 사이 DMZ에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초목 제거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전방초소에서 관측됐다.
경의선·동해선 연결공사는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지니는 의미가 크다.
통일연구원 김영윤 박사는 우선 ▷남북한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 전적으로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남북한간의 교역은 정기 직항로 없이 제3국적선에 의해 우회 운항되고 있기 때문에 해상 운송비가 높고 시간적인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간 육상연결 수송망이 구축되면 남북한과의 교역에서 운송비 절감은 물론, 운송 일수의 단축 등 물동량의 신속한 처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윤 박사는 현재 인천∼남포간 20피트짜리 컨테이너 수송비용은 약 800달러로 인천∼다렌간 400∼500달러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의선이 연결되면 이 비용은 200달러 선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동시에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은 대북 경제적 지원을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줌으로써 각종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이 철도와 도로를 이용, 지원에 소요되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의선·동해선의 남북긴장 관계를 상징하는 비무장지대를 관통함으로써 지니고 있는 분단 극복의 의미가 남북간의 정치, 군사적 긴장관계를 해소시켜 한반도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의선·동해선 연결공사는 이밖에도 ▷대륙과의 육상을 통한 교통망 구축 ▷동북아 지역 경제권 형성 ▷북한 지역에서 투자를 동반한 경제협력 촉진 ▷북한 지방 공업지역과의 산업적 연계 등 경제협력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매년 남북간 교역규모가 30%정도 선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1999년 현재 약 100만톤에 불과한 남북간 교역량은 2005년에는 475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여 경의선·동해선이 연결되면 남북한이 갖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특히 철도위주의 수송구조를 갖고 있는 북한의 경우 보다 큰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북핵은 협상용 히든카드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함으로써 발생한 국제적인 혼란상태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태황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핵개발을 시인한 가장 큰 이유는 협상용으로 보인다며 미국도 북이 핵개발을 포기한다면 경제적 협의를 거절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 협력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또다른 전문가는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산업공동화 현상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북한과의 협력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인력 확보, 인건비상승, 노사문제, 운송비 등의 문제로 인해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 해외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남북 경협으로 경공업, 제조업이 인건비가 싼 북한에 진출하게 되면 해외이전으로 인한 수출대체품 미흡·역수입·기술유출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기반의 위축과 고용이 감소하는 제조업공동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진 기자 ejle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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