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성급한 주택시장 과열론
<논단>성급한 주택시장 과열론
  • 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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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가운데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 역세권의 소형 주택에 대한 투자수요가 몰리는 것도 최근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지난달 서울지역의 주택 동시분양에서는 청약경쟁률이 700대1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올 초만해도 청약율이 0.1%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일부에서는 주택시장의 과열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일 뿐이지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주택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수도권이외 도시들의 주택가격은 평균 1.6% 하락했다. 조사대상 18개도시중 12개도시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또한 올해 서울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는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25%나 감소했으며 평균 청약경쟁률도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여 떨어졌다.

이는 정작 내집을 마련해야 할 대다수의 서민들이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감소로 인해 주택시장에 적극 나오지 못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여유있는 계층의 투기적 행동을 전체 주택시장의 과열로 오인, 공급확대 및 수요활성화 노력을 멈춘다면 겨우 살아나려 하는 주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주거사정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세계 53개 국가의 주요 도시의 인구 천명당 주택 수는 평균 280호인데 비해, 지난 해 서울은 200호에 불과했다. 인구에 비해 주택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우리는 주택당 평균 1.6가구가 거주하는 데 비해 53개국 주요 대도시의 평균은 1.1가구이다. 일부에서는 주택의 양적 부족상태를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또한 주택공급의 부족은 필연적으로 주택가격 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 세계 주요 도시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평균 4.2배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지역의 평균 주택가격은 연간 가구소득의 7.9배이다. 임대료 수준 역시 높기는 마찬가지다. 가구소득에 대한 임대료 수준은 세계 평균 15.8%인데 반해 지난해 서울지역의 경우 23.1%였다. 주택이 부족하니 비쌀 수밖에 없고, 주택가격이 비싸니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세계 평균 자가주택 소유비율은 50%이다. 서울의 경우는 45.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주거수준이 이처럼 열악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주택 공급능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하고 있으나 아직도 폭 넓은 규제가 잔존해 있다. 주택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하면서도,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분양가 자율화에 대한 회의론이 바로 그러한 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주택 공급가격이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은 후, 분양가격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IMF 위기를 맞게된 원인을 규명한 매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주택산업은 표준건축비등에 묶여 있어 판에 박은 듯한 주택만을 생산할 수밖에 없어 부가가치 생산성을 9% 저하시킨 것으로 분석하였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는 주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자율화 이후의 가격수준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가격에도 기꺼이 지불용의가 있는 주택상품을 개발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기업이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높임으로써 높은 값을 받으려는 것이 시장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또한 분양가 자율화는 시장수요에 대응한 탄력적인 공급을 통해 주택의 양적, 질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장치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보다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분양가 자율화도 끈기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권오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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