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2회>
층간소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2회>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0.04.0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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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량 충격음’ 슬래브두께로 해결 쉽지 않아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린 시절 흙장난을 하면서 즐겨 부르던 구전 동요이다.
집은 인간의 기원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태초의 인류는 비나 눈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자연의 동굴을 이용했으며 사냥이나 열매 채취를 통한 식량 획득이 주된 자원이기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동굴이 발견되면 살았다.
근처에 먹을게 떨어지면 이동하는 그런 생활이었다.
그러다 인간은 열매채취가 용이한 들판이나 강가 등에 허술하기는 하지만 움막집을 짓고 몇몇의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움막은 땅을 약간 파고 가운데 기둥을 세우고 들어가서 지붕 위에 풀로 엮어서 초막집을 지어 생활했고, 그 때부터 농경과 목축이 발달하여 정착생활을 시작했다.
초막집이 발달하여 오늘날 사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초가집으로 변했다.
사극에서 보는 것처럼 재상이나 벼슬에 있는 사람들이 기와를 올린 기와집을 짓고 살았다.
오늘날의 아파트는 층층이 쌓아 올린 집합주택으로, 2층 이상의 주택에 서로 다른 세대들이 공동으로 모여 사는 것을 말한다.
서양에서 시작된 아파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어서 제정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슐라(insula)라고 불렸던 당시의 아파트는 5층 정도의 높이에 1층에는 가게 등이 있고 2~5층에 살림이 가능한 집이 있어 마치 요즘의 상가주택과 비슷한 형태의 건물이다.
당시의 로마는 빈부격차가 심하여 부자들은 도무스(domus)라고 하는 널찍한 단독주택을 짓고 살면서 세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불량 인슐라를 지어 상업적으로 이용을 했다고 한다.
엉터리공사도 많고 세를 많이 받기 위해 무리하게 고층건물을 지었다가 무너지는 사례도 있어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A.D 64년, 유명한 로마 대화재가 발생한다.
화재는 6일이나 지속되며 시내의 절반을 태워 버렸고, 이에 네로황제는 시가지를 새로 정비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모든 시가지는 격자형으로 만들되 각 블록에는 소방도로를 두며, 블록 내의 인슐라는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7층 이하로 건축할 것, 화재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슐라는 서로 30피트의 이격거리를 둘 것, 각 인슐라는 화재 시에 다른 세대로 대피할 수 있도록 베란다를 설치할 것 등이었다.
놀랍게도 이것들은 현재의 건축물에도 적용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폭군이라고 부르는 네로황제는 최초의 소방법과 도시계획법, 건축법을 확립한 황제였으나, 시가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위한 호화궁전을 지어 실각하고 폭군의 이미지만 남았다.
이렇듯 제정 로마시대에는 아파트의 시원적 형태라 할 수 있는 인슐라가 즐비하였으나, 제국의 쇠퇴와 함께 인슐라도 점차 사라지게 되고 중세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아파트는 당분간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19세기 영국에서 근대적 형태의 아파트가 등장한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과 함께 신흥 공업도시들이 대거 등장하였는데, 일자리를 찾아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몰리면서 심각한 주택난이 발생하였다.
인류 역사상 일찍이 유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지하 단칸셋방이 등장하였고, 서너 명의 아이가 딸린 일가족이 화장실과 세면 설비가 따로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주하였다.
지하셋방은 햇빛이 들지 않아 습기가 차고 축축하기 때문에 폐렴에 걸리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였고, 상하수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과 빈곤으로 인한 영양실조는 폐렴과 페스트, 콜레라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의 온상이 되어 가난한 목숨을 숱하게 앗아갔다.
영국 정부에서는 도시빈민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자는 취지 아래 건축조례를 통해 집합주택을 널리 보급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근대적 아파트의 시초이다.
당시의 건축조례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각 세대마다 상하수도 설비와 화장실을 갖추는 것과 풍부한 채광을 통해 주택 내에 습기가 차거나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일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었는데 요즈음에도 일조권이나 조망권이 아파트 분양 및 매매시 주요한 사항인걸 보면 주거환경의 중요한 사항은 예나 지금이나 유사한 것 같다.
인슐라나 영국의 집합주택등과 같이 아파트가 지어진 이유는 도시 서민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며, 개인주택에서 갖추기 힘든 방법시설, 어린이 놀이터, 쉼터 공원, 노인정 등을 공동으로 마련하여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처음의 의도부터가 도시화에 따른 인구과밀화로 인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설계된 다세대 주택공간이다.
아파트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위층, 아래층에 거주하게 되며, 현대기술의 발전으로 엘리베이터 등의 생활편의시설로 인해 사실상 공동주택이지 옆집이나 위 아랫집간 왕래가 없는 폐쇄적인 집합주거시설이 되어버렸다.
아파트는 그 특성상 이웃세대끼리 벽과 벽을 공유하며, 아래위로 바닥과 천장을 서로 공유한다.
주택공급량의 대부분은 아파트이고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
아파트위주의 생활이 되면서 생긴 변화도 많다.
장독대, 마당 등의 공간이 없어지고 생활의 서구화뿐만 아니라 식생활, 의복문화도 서구화가 빨리 진행되는 변화가 생겼다.
70년대 근대화 사업이 성공을 하면서 서울 및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게 되면서 주택공급에 급급한 주택건설이 사실상의 주된 아파트 건설의 현실이었다.
구조라든가 편의시설은 생각할 겨를도 없고 아파트를 사는 사람도 주차장이 어떠니 놀이공간이 넓으니 좁니 따질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오로지 집을 얻어 먹고 살 공간이 필요했고 그것을 급급했던 시절이었다.
올림픽 이후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아파트는 지금보다 넓고 예쁘고 많은 편의시설로 짜여진 복합적인 공간으로 거듭나야 했다.
홈오토메이션, 지하 주차장, 지층 놀이터 등 입주자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아이템이 아파트에 하나 둘씩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자기집의 가스, 도어락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나 제품 등도 있고 아파트 전관조명으로 아파트를 지역의 랜드마크적인 상징물로 만드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00년대초, 포름알데히드 등 실내공기질이 사회문제가 대두되면서 바닥재, 천정재 등에 접착재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제품이나 기술이 소비자 및 건설사 분양에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있다.
삶의 질 향상에 따른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층간소음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끊이질 않고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공동주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건 기사를 인용해 보면 40대 남자가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을 숨지게 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오늘 새벽 오전 3시 10분쯤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한 아파트 1층에서 47살 배 모 씨가 위 층에 사는 37살 이 모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고 밝혔다.
사건의 원인은 3년동안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다툼을 벌여 왔기 때문이다.
소음이 살인사건을 부르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피해자는 우리가 아파트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아파트는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집과 살게 되는 환경이 연출된다.
그래서 옆집이나 윗집의 물 내리는 소리, 세탁기 돌다 퉁탕거리는 소리, 부부싸움 소리, 가구 끄는 소리, 아이들 콩콩거리며 내달리는 소리……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초까지 아파트를 지을 때 슬래브사이에 콩자갈을 넣어 지었다.
슬래브위에 콩자갈을 깔고 온돌배관을 해 보온효과 및 소음차단 효과를 노렸다.
최근의 아파트는 고층화 되면서 콩자갈 대신에 경량기포 콘크리트가 비용절감이나 경량화에도 용이하고 자재공급이 수월하여 콩자갈을 대체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애기하는 층간소음의 문제는 경량기포콘크리트가 콩자갈에 비해 중량 충격음에 약하다는 것.
중량 충격음은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나 사람이 걷는 소리 등 낮은 주파수대의 소음이다.
이는 슬래브 두께가 늘어나도 흡수되지 않는 소음이다.
이것이 바로 2008년 이후 법개정을 통해 슬래브 두께를 150㎜에서 210㎜로 늘렸는데도 층간 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김덕수 기자 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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