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산연의 침몰 위기
기자수첩-건산연의 침몰 위기
  • 이은진 기자
  • 승인 2002.10.1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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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 기자
취재1부


배에 구멍이 났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구멍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그런데 선원들과 탑승객들은 누가 구멍을 냈는지를 따지고 있다. 이제 배의 연료가 바닥나기 시작하고 선장은 혼자 배를 빠져 나가겠단다.
94년 말에 설립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노사갈등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연봉책정 문제에서 시작된 노사문제는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오며 첨예화 됐다.
잠잠한가 싶던 노사갈등은 지난 7월 4일 원에서 노조 간부들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하면서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5명으로 구성된 노조측은 당시 원의 예산 집행을 비롯한 모든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밝힐 것을 내세우고 있었고 지금은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철회, 현 사태의 책임자 문책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문제로 시작됐던 노사갈등은 공제조합이 원의 내년도 예산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원의 존폐문제로 확대됐으며, 지난 14일 이건영 원장의 사표제출로 한 층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 건산연을 지켜 봐왔던 많은 사람들은 원내의 자정능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고
대해왔다. 하지만 이제 원 내에서나 외부에서도 건산연의 문제가 내부 자정능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범위는 벗어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 연구원들은 불안한 탑승객의 마음으로 노사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접 뛰어들어 비상대책
위원회를 결성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노력하고 있다.
옳은 일이다. 연구원은 노사양측 모두가 연구원을 살리는 방향으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배를 구하고 모두가 살기 위해 구멍부터 막아야 한다. 누가 구멍을 냈는가는 배를 구하고
난, 그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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