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재미없는 최저가 낙찰제
낙지골에서-재미없는 최저가 낙찰제
  • 승인 2002.10.0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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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진
취재1팀장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다. 만약 규칙이 없는 스포츠라면 과연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 흥미는 고사하고 규칙없는 스포츠는 얼마가지 않아 사장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야구에 홈런이 없다면 관중들의 환호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축구가 발로 아닌 손으로 행해졌다면 그 또한 아무 재미없는 격투기로 변했을 것이다.
이렇듯 모든 스포츠는 규칙이 있기에 흥미있고 또 엄격한 규칙을 통해 인간사회의 산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스포츠 경기중 모든 선수들이 정해진 규칙만을 갖고 경기에 임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반칙행위가 있으며 관중들은 이러한 반칙행위에도 또다른 흥미를 느끼고 있다.
즉, 반칙도 각본없는 드라마의 한 장르라는 표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건설산업도 스포츠 경기와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스포츠에 야구, 축구 등의 종목이 있듯이 건설산업에도 건축이니 토목이니 하는 분야가 존재하고 있으며 또 모든 경기가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팀이 승리한다면 건설산업도 가장 높은 점수를 얻는 업체가 수주하게 돼있다.
물론 간혹 실적부풀리기나 페이퍼컴퍼니 같은 반칙행위를 저지르는 업체들도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항상 정책이라는 또 다른 규칙을 만들고 적용함으로써 업체들의 페어플래이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항상 건설업체들의 페어플래이만을 유도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무분별한 규칙의 남발로 오히려 흥미없는 경기로 전락시키고 있다.
최근 건교부가 미래건설포럼에서 밝힌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의 저가심사제 도입방안도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무조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건교부의 방안은 최저가낙찰공사의 적정공사비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적격심사대상공사의 평균낙찰률인 75%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낙찰률에 대해서는 저가심사를 적용한다는 것.
이는 곧 이미 순수한 의미의 최저가낙찰제는 포기했다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이같은 규칙은 건설업계의 안정적 낙찰률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저가 낙찰제가 재미없는 스포츠로 전락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미 적격심사 자체가 수주가능 투찰률을 정해 놓고 벌이는 일종의 최저가제도라고 볼 때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입찰방식이기 때문이다.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와 같이 말이다.
이제 최저가낙찰제의 저가심사제 도입의 열쇠는 재경부의 결정만 남아 있는 상태다.
조만간 우리나라 건설시장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최저가낙찰제 경기를 보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건설이라는 스포츠를 계속진행시키기 위한 규칙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고 그 결과에 귀추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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