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국가경쟁력
논단-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국가경쟁력
  • 문정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01.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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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호 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 국가의 사회간접자본 시설 보유량(Stock)은 정부 공공서비스의 공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됨으로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은 이제는 무척 진부한 말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에 있어서 SOC 투자는 필수적인 것이었고 1990년대 이후 치열해져 가는 국제경쟁과 수출에 대한 국제적 견제 속에서 SOC 투자는 사실상 비약적으로 증대되기도 하였다.

다만 1997년말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SOC 투자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전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최근 부각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SOC 투자의 절대량보다는 투자 및 운영효율성이 중요하며 구조조정기에 있어서 SOC 투자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가재정 운영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SOC 투자 문제는 지나치게 투입금액의 크기에만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SOC 보유량이 어느 정도는 충족되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SOC 시설이 과거와 비교해서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 국제간의, 상대적 수준의 비교·평가가 필요하다. 지난 4월 스위스의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가 발표한 2001년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조사대상 49개국 중 28위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경제적 성과 19위, 정부 효율성 31위, 기업효율성 31위, Infrastructure 34위로, 특히 인프라 부분이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이중 “인프라” 부분은 더욱 세부적으로 나뉘어 보면 기초시설 측면 35위, 기술 측면 25위, 과학 측면 21위 등으로 나타난다. 기초시설에 대한 평가 내용은 사회간접자본시설 유지 및 개발에 대한 경쟁력 29위, 물류시설 31위, 도로 20위, 철도 18위, 해운 38위 등으로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 교통 SOC 시설 축적도는 (건설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선진국의 절반 이하 수준이며 세계 주요 48개국 중 우리나라 GNP 규모는 9위, 교역규모는 12위인 반면, 교통부문 경쟁력은 30위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SOC는 1990년대 이후 투자액 증대에도 불구하고 건설원가 상승, 운영 효율성 부족 등으로 선진국과의 상대적인 격차를 줄이지 못한 채 국가경쟁력 제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예산 운용은 공무원에 대한 인건비 증가율 등 경상적 경비에 대한 지출과 재벌기업집단, 금융기관 등에 대한 구조조정 지출은 높은 반면 투자성 지출인 SOC 투자 증가율은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SOC 투자 추이를 보면 1998년 중 전년대비 5.3% 감소하였던 SOC 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1999년 중 6.5% 증가하였으나 2000년에는 다시 감소로 반전하였고 2001년 SOC 예산은 14조 968억 원으로 2000년 대비 0.1% 증가에 그치고 있다.

역시 진부한 말이지만 국가 재정정책의 우선 순위는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SOC 투자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SOC 투자의 효과는 국내총생산에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최종소비 및 투자활동변화에 영향을 주어 국내총생산을 증진시키므로 국가경쟁력 및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IMF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재정적자로 정부채무가 급증하고 있지만 적자에서 균형 또는 흑자예산으로의 급속한 정책선회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는 오히려 장기적인 채무부담능력을 키워 나가야한다. 특히 SOC 투자는 사업착수 후 완공까지 고속도로, 항만, 철도 등은 5∼6년, 댐은 7∼8년, 원자력발전소는 1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장기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투자 수준을 유지할 경우 멀지 않은 장래 SOC 부족이 보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으며, 그 때에는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현재보다 훨씬 많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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