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 PQ의 경영상태 평가 문제있다
논단 - PQ의 경영상태 평가 문제있다
  • 유진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01.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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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금년부터 시행된 최저가낙찰제 적용 공사입찰에서 2건의 공사를 수주했던 충일건설이 최근 부도를 기록했다. 충일건설의 낙찰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건설업체가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더욱이 낙찰자로 선정됐을 당시부터 현금흐름상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는 소문이 돌아 화제가 되었던 기업이다. 결국 충일건설의 재정상태에 관한 소문은 사실로 들어난 셈이다.

충일건설의 부도는 입찰참가자의 자격을 사전에 심사해 부적격자를 배제하려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PQ심사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PQ의 평가부문 가운데 입찰자의 재무적 안정성과 관련된 분야는 경영상태 평가부문이다. 현행 PQ경영상태 평가에는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활동성 등과 관련된 대표적인 재무지표들이 이용되고 있다.
충일건설은 PQ심사시 경영상태평가부문의 모든 심사항목에서 만점을 받은 업체였다. 이러한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된 후 불과 몇 달만에 부도처리됐다는 사실은 현행 PQ경영상태 평가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발주기관의 심사능력 한계
사실 기업부도가능성을 100%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할 수 있어 우량기업도 부도처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PQ경영상태평가는 최근의 경영실적을 기초로 하는 정태적인 평가방법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정태적인 평가방법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보증기관과 신용평가기관에서는 동태적 부실징후 판단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발주기관들은 아직까지 기업신용도 평가에 관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계투명성의 문제
발주기관의 심사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현행 PQ경영상태평가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먼저 건설업체의 회계투명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업체의 회계처리방식에 투명성이 부족하여 건설업체의 재무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러한 견해에는 일부 건설업 종사자들도 동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회계의 투명성은 기업형태에 따라 차이가 난다. 상장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여타 기업보다 양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현행 PQ경영상태평가는 이러한 투명성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업형태에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심사시점과 경영실적과의 시차 존재
또 다른 문제는 PQ경영상태 평가가 과거 경영실적을 기초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경영상태는 최근에 업계전체 평균비율이 산정된 당해연도의 해당 업체 정기결산서를 이용해 평가되고 있다. 금년 상반기 충일건설이 참여했던 공사입찰의 PQ평가는 1999년도 결산서를 기초로 하였다. 결국 PQ 심사시점과 재무제표 작성 기준일 사이에는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였으며 이 기간동안에 발생한 경영상태의 변화는 PQ심사시 전혀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PQ경영상태 심사기준의 문제점
현행 PQ경영상태 심사기준은 대상업체의 경영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심사기준의 문제점은 신용등급 우수 업체들의 PQ경영상태 평가점수 순위가 높지 않은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먼저 현행 평가기준의 주요 문제점으로 최근 신용평가에서 중요시되는 현금흐름(cash flow)과 관련된 사항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재무제표상의 순이익은 발생주의에 의거 기록되고 있어 기업의 현금창출능력과 관련된 현금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심사기준의 문제점으로는 미래가 불확실한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기업 등 비정상기업에 대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오히려 이들 비정상기업들이 채권&--8228채무재조정, 출자전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의 심사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 일반건설업체 전체 평균비율을 사용해 평가하기 때문에 업체간에 차등을 두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일반건설업체 전체 평균 매출액순이익율이 부(-)의 수치이기 때문에 정(+)의 매출액순이익율을 기록한 업체들은 해당 심사항목에서 무조건 만점을 받기 때문에 업체간의 우열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현금흐름과 비재무적 항목을 중시해야
앞으로 PQ경영상태평가 방식의 개선은 신용평가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기업형태, 금융거래의 건전성 등 비재무적 항목(질적 요소)을 고려하고 현금흐름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가점방식으로 평가하는 전문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등급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보다 최근의 경영실적을 반영할 수 있는 심사기준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충일건설의 부도를 계기로 PQ경영상태평가부문에 대한 개선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동 평가가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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