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 충일건설과 최저가낙찰제
<낙지골에서> 충일건설과 최저가낙찰제
  • 윤경용 취재1팀장
  • 승인 2001.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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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일건설이 최근 부도났다. 올들어 새로 도입된 최저가낙찰제도가 도입ㆍ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2건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업계의 다크호스로 부각된 그 충일건설이 부도난 것이다.
도급순위 51위로 충남에 소재지를 둔 이 회사는 그동안 업계는 물론 발주처로부터 이목이 집중됐었다.

최저가낙찰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대의 수혜자였던 이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최초의 피해자로 둔갑하고 말았다.
과연 충일건설이 최저가낙찰제도의 최대 수혜자였을까? 더불어 이 제도에 때문에 부도가 난 것일까? 충일건설의 부도는 여타 회사의 일상적(?)인 부도와는 다른 무엇이 작용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어느것 하나 시원한 답이 없다. 단지 확인할 수 없는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충일건설이 부도나자 최저낙찰제도와 이 회사를 연관시키려는 여론이 무성하다. 마치 물만난 고기처럼 말이다.

이번 기회에 최저가낙찰제도를 최대한 구겨보자는 의도가 바탕에 깔린 느낌이 든다. 충일건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낙찰률로 2건의 공사를 챙긴 것과 부도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 제도는 문제있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이 제도는 없어져야 하거나 이대론 안된다는 것이다.
일정부분 동의한다. 충일건설이 경영상태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외형적으로는 건실한 우량업체인데 이 회사가 부도났다? 웃지못할 넌센스다. 하긴 우리사회 이런류의 넌센스가 어디 한두곳인가? 넌센스가 상식으로 둔갑한지 오래인데... 무슨 대수이겠는가.

정작 부도가 난 충일건설은 의연하다. 한 기업이 부도났다면 해당 기업으로써는 중대한 사태이다. 기업의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 되는데... 의연할 수 있을까? 기업의 부도는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한다. 시장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상황에서도 의연할 수 있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충일건설의 부도는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대책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 준 계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최저낙찰제뿐 아니라 경영평가 기준 등 시장의 여과기능을 되살리는 방안에 대해 폭넓은 대안이 시급하게 모색돼야 한다.
어떤 기업이 부도나서 시장에서 퇴출되고 또다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하는 일은 하루 세끼 밥먹듯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개별기업의 부도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줄이는 방안은 전제돼야 하겠지만...
부도가 났는데도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묘안(?)이 충분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도사태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지난호 본란에서 최저가낙찰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 부재와 신뢰성 상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제도가 보완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 언발에 오줌누듯 일시적인 미봉책만 낼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충일의 부도는 또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이 제도는 물론 경영상태 평가 문제 등 옥석을 가리는 투명한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윤경용 기자 취재1팀
consrab@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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