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깬 계란 RTB, 화도~양평 우선협
바위 깬 계란 RTB, 화도~양평 우선협
  • 정장희 기자
  • 승인 2007.11.29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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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현대컨 누르는 반전드라마 연출
서울~광명 이변없이 코오롱 수성해


화도~양평간 민간투자고속도로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이변이 발생했다. 계란은 이제껏 민자업계에서 홀대를 받아온 RTB코리아(이하 RTB), 바위는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이다. RTB의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민자업계의 거대한 충격파가 일고 있다.

28일 민자업계에 따르면 26~28일간 화도~양평간, 서울~광명간 민간투자고속도로의 사업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RTB코리아와 코오롱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참여컨소시엄에 통보했다.

디벨로퍼 방식을 채택하며 재무투자자인 리딩증권만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RTB는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SK건설+롯데건설+쌍용건설 등 대형사가 대거 포진한 컨소시엄을 깨뜨리며 민자사업 전면에 나섰다.

그간 10여건의 BTO사업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탈락하면서 민자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던 것을 일시에 반전시킨 셈이다.

화도~양평에서 RTB는 만점전략 구사했다. 설계점수로 뒤집지 못할 만큼 가격점수를 벌린 것. 여기에 상대컨소시엄이 다소 높은 요금을 제시하면서 RTB의 우선협상자 선정이 확실시 된 것이다.

RTB 김성원 대표는 “경제적인 사업제안서 작성으로 총사업비 및 요금을 낮출 수 있었다”면서 “디벨로퍼 방식의 모델을 적용시켜 거품없는 민자사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참여중인 서수원~의왕간 또한 적극적인 사업제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형사의 반응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교통수요가 높지 않고, 운영수입보장이 폐지된 상황에서 낮은 사업비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 특히 시공사보다 재무적투자자를 합류시켜 안정적 사업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냐는 지적이다.

RTB관계자는 “현재 대형사를 비롯해 다수의 시공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고, 재무적투자자 또한 참여를 타진하고 있어 사업구도를 만들어 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TB의 우선협상자 선정은 민자사업의 한계를 실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즉 RTB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현행 민자업계의 트렌드가 대거 변화하는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현행 보다 보수적인 관점으로 민자사업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코오롱건설, 경남기업, RTB 등 3파전으로 치러진 서울~광명간은 최초제안자인 코오롱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단락됐다.

코오롱건설컨소시엄은 코오롱건설을 주간사로 현대건설+SK건설+금호건설+한진중공업+고려개발+태영건설+보성건설+한라산업개발+경우크린텍으로 시공팀을 짰다. 설계는 동림컨설턴트와 다산컨설턴트가 수행했다.

정장희 기자 h2hideo@




<해설>RTB 우선협 배경과 향후 민자사업
만점전략과 최초제안자 방심 주원인
안정적 컨소시엄 구성이 성패갈라

민간투자사업이 추진된 이후 최대의 반전을 만들어 낸 RTB코리아의 화도~양평 우선협상자 선정을 놓고 민자업계의 반응이 분분하다. 업계는 ▷우선협상자 선정의 배경 ▷차순위자의 반응 ▷안정적 사업 추진 방안 ▷향후 민자사업 패러다임의 변화 등 화도~양평을 둘러싼 갖가지 질문을 토해내고 있다.

◇RTB 어떻게 우선협상자가 됐나=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은 최초제안자의 방심과 RTB의 가격만점 전략이 시너지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초제안자인 현대산업개발은 창원~부산간을 통한 현대건설과 전략적 연대로 화도~양평간 수성에 나섰다.

거대 컨소시엄 탄생으로 현산컨소시엄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패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승리를 확신하면서 최근 민자사업보다 높은 통행료를 산출했던 것. 경쟁제안자와 마찬가지로 만점전략을 구사해 서울~광명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코오롱건설의 전략과는 크게 차이가 난 것이다. 즉 수요 및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현행 민자사업 트렌드에 역행했기 때문에 차순위로 밀렸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설계점수로 극복할 수 없는 가격점수차가 발생했고, RTB에게 우선협상권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차순위 현산+현대, 사업성 없어 추진 쉽지 않을 것=RTB의 우선협 선정에 대해 차순위자인 현산+현대는 ‘좀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차순위 측은 “RTB가 도공대비 1.0배 수준의 낮은 요금을 산출하기 위해 수요를 크게 올렸을 공산이 크다”며 “이는 곧 운영에 대한 리스크로 전가되면서 보수적인 재무적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운영수입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요를 높였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한다면 현 우선협상자를 인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컨소시엄 구성에 대해서도 “시공권만을 부여받는다면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하겠지만, 빡빡한 사업구도로 재무적투자자가 연대보증 및 적자보전에 대한 요구사항 그리고 지분참여를 요구하면 상황은 틀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정적 사업 추진 문제없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RTB측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공사비 측면은 차순위와 별반 다르지 않고, 요율은 현 민자사업 트렌드를 따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대형사를 포함한 상위 50위내 건설사가 대거 참여를 희망하고 있고, 재무적투자자 또한 리딩투자증권 이외에 다수가 참여의향을 밝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RTB측은 “이전까지 민자사업의 거품이 많았다는 측면을 놓고 볼 때, 견실한 사업구도를 도출한다면 사업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자업계, 참여여부 모색 단계=건설사 참여 여부를 놓고 우선협상자와 차순위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이 사업의 참여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업에 참여해 시공물량을 따내는 것까지는 동의하지만, 사업제안 내용이 너무 빡빡해 참여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이를 더 살펴봐야겠지만, 화도~양평의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쉽게 참여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재무적투자자가 어떤 조건에서 적자보전 및 연대보증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자업계 지각변동 예고되나= 경쟁제안자가 최초제안자를 이긴 사례는 평택~시흥, 창원~부산 등 최근들어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최초제안자급 경쟁제안자거나 대형사가 경쟁했던 경우로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이에 반해 RTB의 우선협 선정은 이전의 경우와는 크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건을 계기로 현행 대형사 위주의 민자사업 시장에 중견사 및 디벨로퍼의 도전이 좀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격점수 중심의 경쟁구도가 공고해지고, 경쟁률도 상당부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선진화된 디벨로퍼방식이 국내에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사의 방어도 보다 치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가격경쟁을 심화시키는 현행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수정을 강하게 요구한다는 것. 특히 디벨로퍼방식을 방어할만한 PQ제도 강화 입찰보증금제도 등이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대형사간 내부결속을 공고히 하며 경쟁제안자를 방어하는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장희 기자 h2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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