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건설중재의 최근 현황과 계약당사자의 자세
논단-건설중재의 최근 현황과 계약당사자의 자세
  • 두성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01.07.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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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부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오랜 가뭄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장마로 접어들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서울지하철 6-8공구와 관련한 중재판정이 생각나곤 한다. 기상이변에 가까운 당시의 호우가 천재지변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건설업계의 관계자들의 관심이 끌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건설공사계약의 경우 다수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공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천재지변과 같은 공사 외적 요인의 개입가능성이 높아 클레임이나 분쟁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이러한 건설클레임이나 분쟁의 해결을 위한 절차로서 건설중재에 대한 관심이 작년 말부터 부쩍 높아지고 있다. 건설중재란 용어를 특별히 법령에서 규정해놓고 있지는 않지만, 중재합의나 중재계약에 의하여 건설공사 계약당사자간의 분쟁을 중재절차로 해결하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중재와 관련한 법제도적 정비는 현재 건설분쟁당사자에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판을 통한 분쟁해결이 분쟁당사자에게 경제적ㆍ심리적 부담을 안겨주고 전문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건설분쟁조정제도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활력을 띠고 있는 건설중재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작년에 나온 중재판정은 공공공사에서의 발주자우위 관행을 따르지 않고 공정한 계약의 성립과 이행을 추구함으로써 건설분쟁해결의 새장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기존의 재판제도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대체적 분쟁해결방안으로 등장한 중재제도는 건설분야에서도 그 이용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의 건설중재이용률을 보면 ‘96년 이후 완만한 증가하다가 2000년 말 서울지하철6-7공구 중재판정을 전후하여 그 증가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건설분야의 중재신청이 전체 중재신청건수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약 39%에 해당할 정도로 매매계약 다음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재신청금액측면에서는 전체 중재신청금액의 80% 이상에 해당될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규모가 큰 건설공사계약의 특성이 반영돼 다른 분야의 분쟁과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발간한 중재판정사례집에 근거하여 건설중재의 주요 청구이유를 분석해보면, 공사대금의 청구와 증액에 관련된 분쟁을 가장 많고 그밖에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발주자와 시공자간에 설계변경이나 추가공사와 관련한 분쟁 등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건설공사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다 보니 공사와 관련한 내ㆍ외부적 요인에 의한 설계변경, 불가항력 등에 의한 계약내용의 변경이 초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단계별로 나누어보면, 계약체결시에는 공정성이 강조되고 있고 ‘공사계약일반조건’상의 분쟁해결에 관한 조항에서 중재합의의 존재를 인정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계약당사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발주자지시도 합리성이 결여되었을 경우에는 시공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외 불가항력의 인정과 관련한 판단기준을 사실상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러한 중재판정의 분석을 통해서 건설공사계약의 당사자는 계약이행과정에서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에 대비할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건설공사계약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함께 계약문서 및 관련 법령의 준수가 반드시 요구된다는 점이다. 또한 계약은 공정하게 체결되어야 하고 당사자의 의사도 분명하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혹은 장래의 분쟁발생을 대비하여 관련 서류나 문서의 보존은 중재판정결과에 매우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분쟁해결의 결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므로 분쟁당사자는 새겨둘 만 하다. 건설관련 분쟁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경쟁력제고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으며, 바람직한 건설계약문화의 구축에도 기여하는 바 크다. 이제 건설업계 모두가 중재기관의 정비 및 중재절차의 효율적 운용에 보다 깊은 관심을 두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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